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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평점 :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아..... 이렇게 끝나지 마ㅠㅠㅠㅠ
하는 작품들이 많았던 '쇼코의 미소'. 뒷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하다.
자기가 자기 자신이라서 힘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가슴을 후벼파는 우리네 이야기.
하지만 중간중간 너무 갑갑해서 미칠 것 같은 얘기도 있었다.
현실 속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너무 갑갑해!
여하튼 그런 답답함 속에서도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참 좋다.
등단작이 '쇼코의 미소'라니.... 우리나라에는 정말 좋은 젊은 작가들이 많은 것 같아서 기쁘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일들을 없었던 것처럼 쉽게 쉽게 묻어버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건지. 그래서 그 앞에는 뭐가 있는 건지. 그 앞에 뭐가 있기에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를 짓들을 없었던 일인 것처럼 잊은 채 살아가야 하는 건지.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사람이 현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윤회한다고 했다. 마음이 기억에 붙어버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 말이 무서웠다.
수의 선한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세상을 망친다고 아빠는 말했었다. 아빠의 말은 맞았지만 그녀는 이런 세상과 맞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승패가 뻔한 링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세상이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고, 자신을 소외시키고 변형시켜서라도 맞춰 살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부딪쳐 싸우기보다는 편입되고 싶었다. 세상으로부터 초대받고 싶었다.
여자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존경심을 느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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