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건만 소설의 첫 만남 11
현덕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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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건만(소설의첫만남) - 현덕, 이지연(창비)

20180812



"거짓말 아니다. 참말야."






서평단이 된지 모르고 있다가 택배를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 

창비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조카를 위해서 신청했다.

그림이 없으면 책을 읽지 않으려 하는 조카가 책을 읽기 바라는 마음에..

조카한테 읽고 독후감 짧게 쓰라고 했더니 독후감은 싫다며 짧게 감상평을 카톡에 남겼다.

'왜 제목이 하늘은 맑건만인지 알겠어. 내가 거짓말을 많이 해서 하늘은 맑은데 쳐다볼 수가 없는 거야.'

라고....ㅎㅎ

꼬마 다운 일차원적인 답변이라 그냥 웃었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글이라니 후에 중학교 올라가서 이 소설을 다시 본다면 그때 이모 생각이 나겠지.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정직'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 이 소설이 생각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책은 작고 얇아서 정말 책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주얼이다.

거기에 삽화도 같이 하니 어린이들에게 정말 좋은 접근법 같다.

소설이 쓰인 게 오래전이라 어려운 단어들이 있었지만 친절하게 다 설명이 되어 있었고

대화가 손글씨체로 되어 있어서 가독성도 높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소설 내용이었는데 왜 아직까지 읽히는지 알 것 같은 좋은 단편이었다.

현덕이란 이름의 작가는 처음 알게 된 작가였는데 다른 좋은 글도 왠지 많이 있을 것 같다.


창비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중 '하늘은 맑건만'이 더욱더 좋은 것은

세대를 넘는 얘깃거리가 생긴다는 것에 있다.

우리 엄마 아빠와 나와 동생과 조카까지,

3세대가 읽어도 부담 없고 교훈까지 들어있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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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건만>

문기는 아랫방에 내려와 혼자 되자 삼촌 앞에서보다 갑절 얼굴이 달아올랐다.

지금까지 될 수 있는 대로 생각지 않으려고 힘을 써 오던 그편에 정면으로 제 몸을 새워 놓고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말 아니다. 참말야."


언제나 다름없이 하늘은 맑고 푸르건만 문기는 어쩐지 그 하늘조차 쳐다보기가 두려워졌다.

자기는 감히 떳떳한 얼굴로 그 하늘을 쳐다볼 만한 사람이 못 된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문기는 전일처럼 맑은 하늘 아래서 아무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마음이 갖고 싶다.

떳떳이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이 남을 대할 수 있는 마음이 갖고 싶었다.


마음이 맑아지며 따라 몸도 가뜬해진다.

내일도 해는 뜨고 하늘은 맑아지리라.

그리고 문기는 그 하늘을 떳떳이 마음껏 쳐다볼 수 있을 것이다.







-

<고구마>

"네 말대루 정말 수만이 동생이 남의 집 밭의 감자를 캤을지 몰라도, 어린애니까 그러기도 예사고,

또 그걸로 오늘 수만이가 고구마를 캤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지 않느냐 말이다."


그래도 지금 자기 옆에 고개를 숙이고 섰는 수만이를 대하고 볼 때

기수는 업신여김이나 미움은 잠시고 보다 가엾은 동정이 앞을 섰다.


"너희들 가만있는 사람 왜 지근덕거리니?"


"용서해라."




[출판사 제공 책소개]

가슴 뜨끔한 거짓말! 

푸른 하늘 아래 문기는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있을까? 


한국 소년소설의 개척자 현덕의 『하늘은 맑건만』이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11권으로 출간되었다. 우연히 손에 쥐게 된 돈을 식구들 몰래 다 써 버린 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문기의 이야기를 그린 「하늘은 맑건만」, 학교 실습용으로 가꾸어 놓은 고구마밭이 파헤쳐지자 같은 반 친구를 의심하게 된 기수의 이야기를 담은 「고구마」가 한 권에 묶였다. 양심과 우정, 어려운 가정 형편처럼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청소년들의 고민이 생생하게 그려져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바 있는 이지연 일러스트레이터는 작품이 쓰인 1930~40년대 배경을 오늘날 독자가 보기에도 낯설지 않은 그림으로 솜씨 좋게 펼쳐 내며 깊이 있는 감상을 돕는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우리들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 


현덕의 작품에서 청소년 주인공들의 심리와 갈등은 실감 나게 드러난다. 표제작 「하늘은 맑건만」은 어려운 형편 탓에 삼촌 집에 얹혀살고 있는 문기의 이야기를 그린다. 문기는 어느 날 숙모의 심부름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많은 돈을 갖게 된다. 그 돈을 친구 수만이와 함께 장난감이며 만화책을 사는 데 다 써 버린 문기는 곧 죄책감에 시달린다. 게다가 수만이의 강요에 못 이겨 두 번째 잘못까지 저지르면서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언제나 다름없이 여러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대로 뛰고 마음대로 지껄이고 마음대로 즐기건만 문기 한 사람만은 어둠과 같이 컴컴하고 무거운 마음에 잠겨 고개를 들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문기는 전일처럼 맑은 하늘 아래서 아무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마음이 갖고 싶다. 떳떳이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이 남을 대할 수 있는 마음이 갖고 싶었다. ―본문 51면 


문기는 과연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삼촌과 숙모로부터, 누구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을까? 생각지 않았던 잘못을 저지른 뒤 괴로워하는 청소년의 속내가 손에 잡힐 듯 묘사된 작품으로, 독자들 또한 조마조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문기를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잃어버릴 수 없는 양심에 관한 이야기로서 독자의 마음에 큰 울림을 전한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믿고 존중하는 마음


또 다른 작품 「고구마」의 주인공 기수는 학교 실습용으로 가꾸어 놓은 고구마밭이 파헤쳐진 것을 목격한다. 누군가 몰래 고구마를 캐내 먹은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수만이를 범인으로 단정 짓고 몰아세우지만, 기수만큼은 수만이를 감싸 주고 싶다. 한때 절친했던 친구로서 의리를 지키고 싶기에, 나아가 집안이 어렵다고 함부로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에 기수는 수만이의 편에 선다. 그러나 끝내 기수도 의심의 눈초리가 수만이에게 향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청소년 시기 친구 사이의 오해는 대개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오해와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는 기성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이 영향을 끼친다. 작가 현덕은 이러한 친구 관계의 속성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가난에 대한 업신여김, 목소리 크고 힘센 아이가 여론을 주도하는 상황 등은 오늘날의 교실에 대입해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현덕은 이런 아이들을 마냥 나무라지 않는다. 이 작품의 진정한 미덕은 여러 오해와 다툼, 갈등을 거친 뒤에 청소년들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고 믿는 작가의 올곧은 시선에 있다. 아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현덕의 소설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하늘은 맑건만』은 이 작품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읽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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