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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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았을 때 그녀는 밤을 좋아했다. 밤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문학동네 가제본 서평 이벤트로 읽게 된 ‘밤의 동물원‘.
진짜 책은 표지 안 쪽 디자인으로 나왔다.
지인들이 책 표지 보자마자 책 분위기를 짐작했다. 진짜 표지 굿굿!!
처음엔 무슨 내용인가 했는데 갈수록 정말 재밌었다. 빨려든다고 해야하나....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영화보듯이 읽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작가의 힘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바쁜 일만 아니었어도 하룻밤에 다 읽었을 듯.
주인공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얘기를 다룬 것도 좋았다.
충격적인 사건들을 정말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들이 겪는 것 같아 더 몰입됐던 것 같다.
아주 조금 아쉬운 점은 롭 일당의 얘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을 벌이는 논리, 타당성, 이유? 이런 것들이 조금 부족했다. 그게 의도한 것이라면 내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
각설하고 표지만 보고 서평 신청했는데 잘했다 싶다. 좋은 책이다.







-

부모 되기란 예상과 추정, 그리고 비용 대 이익 계산으로 이루어진 견제와 균형의 엄청난 시스템이다.


항상 최악의 일을 상상하면 놀라더라도 기분 좋게 놀랄 일밖에 없어요.

사귀기 시작했을 때 폴은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여태 들어본 것 중 제일 멍청한 말이네요,

라고 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는 이야기 속에서 이 문제로 씨름한다. 악당들은 미소 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나쁜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어?

아이는 묻는다.


"한때 너를 잃었으나 이제는 찾았노라."

"너는 제멋대로 굴어 / 쫓겨나고 추방당했지만 / 이제는 나의 것이다."

"앞서가는 순간에도 너는 내가 뒤따를 것을 알았노라 / 너의 목은 헐벗었도다 / 허나 머리를 숙이라 / 내가 너의 옷깃을 잡고 있으니."


"왜 전에라고 해?"

그녀는 대화의 맥락을 놓쳤다. "응?"

"아직 이름 있는 거 아니야? 죽으면 이름이 없어?"

"엄마가 잘못 말했어." 그녀가 확인해준다. "이름이 될까?"

"마시멜로."


악마에게서 손목시계를 받은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그 손목시계로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시계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남자의 인생은 영원히 변치 않고 그대로 굳어진다고 했다.

...

아무도 이 순간, 바로 이 순간이 완벽한 순간이라고 기꺼이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녀라면 시계를 멈출 것이다. 어느 날에든. 어느 순간에든.


어머니는 절대 보지 못한다.

어머니는 절대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분노로 가득 차 있고 퉁명스러우며 욕설을 뱉어대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은, 보통 그 부모도 분노로 가득 차 있고 퉁명스러우며 욕설을 뱉고 폭력적이다. 절망에 빠져 공허한 마음으로 오는 아이들은, 부모 역시 절망에 빠져 있고 마음이 공허하다.


그 모든 것들을 본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 두 구의 모든 직선과 곡선을. 왠지는 모르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일이 옳게 느껴진다. 그녀에게는 그럴 의무가 있다. 그들에 대한, 어쩌면 신에 대한 의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번 생이 끝난 뒤에 뭔가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작전은 위험해. 생각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역사는 반복되지 않아, 롭. 매 순간이 새로운 순간이다.

진실을 보는 사람이라면 교육을 시도해야 돼. 사람들에게 어떤 테두리에 갇혀 있는지 보여주면, 어쩌면 그 사람들이 테두리를 넘어서려고 노력할지도 몰라.


아름다운 것들이 있어. 집중해야지.


아이가 그녀를 부르는 것 같다. 아이의 숨결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녀의 피부에 닿는 아이의 피부를 느낀다. 아이의 손가락 끝이 그녀의 손바닥에서 움직거리며 그녀가 들어본 모든 이야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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