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조시대가 대중문화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드라마 <한성별곡-정>과 <이산>, TV 영화 <8일>, 소설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그리고 이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까지. 21세기 정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에 정조(正祖)가 부활했다. 2007년 한국에서 조선조 22대 왕 정조(재위 1776~1800)를 ‘알현’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그의 용안을 실제로 볼 수는 없지만 정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브라운관에, 스크린에, 소설에 행차하신다. 근래 불어 닥친 사극열풍을 등에 업고 정조는 2007년 한국의 문화계를 지배하는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조가 대중문화의 화두가 된 데는 그 시대가 '이야기 거리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조 바람이 분다
지난 7월 막을 내린 KBS 2TV의 8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 <한성별곡-정>은 정조의 말년에 초점을 맞췄다. 9월 17일 방영을 시작한 MBC의 <이산>은 세손시절부터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정조의 일대기를 60부작의 원대한 스케일로 담는다. 케이블채널 CGV를 통해 11월 17일부터 방영되는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은 정조의 화성 원행(왕이 궁궐 밖으로 길을 떠나는 것) 중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10부작으로 담는다.
충무로에서도 정조를 키워드로 한 작품들이 활발히 기획 중이다. 김탁환의 소설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방각본 살인사건>은 김태균 감독, 주연 김주혁으로 일찌감치 진용을 갖추고 영화화 논의 중에 있다. ‘백탑파, 그 두 번째 이야기’ <열녀문의 비밀>은 청년필름/바른손영화사업본부에 판권이 팔려 현재 시나리오 각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조가 가장 사랑한 화가 김홍도를 주인공으로 한 <샤라쿠>(가제, 제작 스튜디오2.0)가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있으며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한때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등 서얼 출신의 지식인 그룹 백탑파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구상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 전 개봉한 <궁녀>도 극중 정확한 시대가 언급되지 않고, 허구의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정황상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최근에야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드라마, 영화와 달리 소설계의 정조 바람은 훨씬 앞섰다. ‘정조 독살설’을 다룬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 1993년에 출간돼 지금까지 120만 부가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각광받고 있고, 김탁환은 2003년 <방각본 살인사건>, 2005년 <열녀문의 비밀>에 이어 올해는 ‘백탑파, 그 세 번째 이야기’ <열하광인>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정조유행을 타고 등장한 오세영의 <원행>(<8일>의 원작), 김상현의 <소설 정약용 살인사건>, 이덕일의 <조선 왕 독살사건>,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등 관련 소설만도 십여 종에 이른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정조와 그가 통치한 시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정조를 바라보는 관점, 정조의 행보 중 주목하는 특정 시기, 그것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천차만별이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며 국운을 회복한 절대군주로, 혹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말년에 초점을 맞춰 혼란한 정국에 맞선 고독한 군주로 나름의 해석을 내놓는 식이다. 드라마를 예로 든다면, <한성별곡-정>은 스러져가는 조선의 국운을 되살리려는 군주로서 정조를 강조하고, <이산>은 왕명이 아닌 이름을 제목으로 확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8일>은 개혁을 강조한 정조의 강력한 리더십을 조명한다.
<뒤집어본 인물열전>의 저자 한규무는 대중문화에 투영된 정조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현대인의 구미에 맞는 드라마틱한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개혁’ ‘미스터리’ ‘역사’ 세 가지 측면을 주목한다. 노론과 남인이 두 편으로 갈라져 정국 불안을 야기하는 와중에서 개혁과 탕평이라는 명분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남인을 국정에 적극 참여시키는 등 균형감각과 참신성을 고루 갖춘 개혁군주로서 매력이 충분하다는 점, 유년 시절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했을 뿐 아니라 그를 노리는 반대파 세력이 많아 평생을 암살 위협에 시달렸고, 무엇보다 그의 죽음이 여전히 의문에 남아 있어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구조로 풀기 적합하다는 점, 규장각 등의 기구를 통해 많은 자료들이 안전하게 수집, 정리돼 있는 까닭에 역사적 고증이 비교적 쉽다는 점 등이 영화와 드라마 소재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무슨 이유로 정조의 본격적인 부활은 어제도 2006년도 2008년도 아닌 2007년 이어야만 했을까?
이상적 리더에 대한 갈망
정조 재조명 바람에 대해 <이산>의 고병철 PD는 “조선의 근대화를 자주적으로 이루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 것은 물론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던 ‘개혁가’ 정조야말로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있는 한국 상황과 관련지어 본다면, 이상적인 리더를 꿈꾸는 한국인들의 바람과 대리만족이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산>은 격동하는 18세기 말 열린 생각을 갖고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모두를 포용했던 현군(賢君)의 이미지로 정조를 묘사한다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비록 250년 전의 인물이지만 경제,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문제들을 기막히게 해결했던 왕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시대에 가장 알맞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정조 이산을 선택했다"는 고 PD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산>은 끊임없는 당파 속에서도 정치적 포용력을 발휘,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정조의 치적을 중요하게 다룬다. 하지만 그 이면에 정조가 아닌 이산의 개인적인 아픔과 고뇌에도 초점을 맞춰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정조를 단순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군주로 그리기보다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인간의 모습을 강조해 이상적인 리더로 묘사하려는 것이다.
정조를 개혁을 완성한 인물로만 보는 것은 편향적이라고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심리학자 장근영은 “정조는 새로운 문화와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관대한 편이었지만 <열하일기>로 촉발된 문체반정(文體反正)을 보면 알 수 있듯 강한 억압자이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가 등장하자 정조는 당시로써는 파격에 가까웠던 그의 한문 문장에 대해 잡문체라 규정, 1792년 금서로 지정하고 패관기서와 소품문을 멀리할 것을 지시하며 정통적인 고문(古文) 문장을 모범으로 삼으라 했다. 최근 출시된 소설가 김탁환의 <열하광인>은 바로 문체반정을 조선후기 정치사의 최대 미스터리로 보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고문을 옹호하는 보수세력과 중국의 신문물을 받아들인 혁신세력의 대립을 배경으로 개혁군주의 모습에서 절대군주로 변모한 정조의 모습을 통해 ‘혁신’이라는 기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조는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인물”이라는 게 심리학자 장근영의 견해다. “기존 질서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개혁을 단행한 인물이다. 또 한편으론 집권 후기에 이르러 보수주의에 가까워졌을 만큼 한쪽의 이념에 지나치게 기울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때문에 정조는 좌우대립이 정체성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입장을 뒷받침할 만한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다. 가령,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반대파의 음모에 개혁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지 못한 좌절한 개혁가로 읽힐 수 있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적당히 개혁을 감행하면서 보수적인 가치도 옹호한 정조가 그들의 지도자상으로 적당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대심리는 정조의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의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모습을 통해 2007년 이후를 내다보려는 이들에게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은 한 가지 중요한 가정을 낳게 한다. ‘만약 정조가 10년만 더 살았다면….’ 그랬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조의 개혁정책이 지속됐더라면 조선은 부강한 나라가 됐을 가능성이 높았을 테고 그가 왕위를 계속 지켰더라면 조선의 안정이 오래갔을 것이라는 가정.
결국 정조가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마지막 페이지를 2007년 대선을 통해 마무리 짓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드라마, 영화, 소설의 형태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정조가 지금 대중문화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국민의 뜻을 실현할 궁극의 리더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인 것이다.
음모론의 바탕 위에 핀 스릴러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정조가 가지는 매력은 그의 굴곡진 인생에서 찾아진다. <영원한 제국>에 이어 <8일>을 연출하는 박종원 감독은 “정조는 평생을 죽음 콤플렉스와 싸웠고 국사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그 과정에서 정조를 사이에 두고 죽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구도가 형성됐다”며 “그런 배경은 궁금증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세계이기에 미스터리 구조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정조 기반 작품들은 거반 추리물의 구조를 취한다. 김탁환의 세 편의 백탑파 연작은 말할 것도 없고 박종원 감독의 경우, 정조 독살설을 다룬 <영원한 제국>(1993)에 이어 현재는 화성 원행 중 정조의 암살을 두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8일>을 연출 중에 있다. 또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김미정 감독의 <궁녀> 역시도 추리 장르를 택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은 이런 장르적 선택이 <리턴> <세븐 데이즈> <우리 동네> <가면> <더 게임> 등 올 하반기에 집중된 스릴러 붐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스릴러는 사회적으로 거대담론이 형성되지 않을 때 인기가 있다”면서 “그럴수록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고 이런 흐름을 타고 스릴러가 부상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강유정은 또한 “정치보다 생활, 문화와 같은 미시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두드러진 것이 정조시대”라며 정조 관련 추리물에 대해 “당시 시대적 흐름이 2007년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져 정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이 음모론의 형태를 띠고 역사적인 허구로 발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정조 자체가 미스터리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의문의 대부분은 죽음과 관련이 있는데,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받았던 정신적인 충격은 깊은 원한을 낳았다. 또한 신권 중심의 노론과 왕권 중심의 남인이 대립한 당쟁의 한가운데서 반대파인 노론의 강경파 벽파에게 평생 동안 암살위협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결국 몸에 난 종기가 원인이 되어 1800년 6월 28일 49세의 나이로 서거했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의혹과 의문이 줄을 이었다. 노론이 권한 치료제가 상처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 사망 전 28일 동안 곁에서 그를 보살폈던 대비 정순왕후 김씨의 아버지가 사도세자 제거에 앞장선 인물이었다는 점, 정조 사망 이후 정순왕후 계획 하에 노론의 세상의 되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거론된다.
의혹에 찬 수수께끼들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추리물에서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은 극의 재미를 좌우하는 결정요소다. 정조의 생애처럼 죽음과 암살로 점철된 드라마틱한 인생사는 그 비밀스러움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하기 좋다는 이점도 있다. 역사적 사실 속에 허구의 추리를 가미해 큰 인기를 모으며 유행을 선도했던 <다빈치 코드>처럼 정조의 삶 역시 팩션으로 구성하기에 무리가 없다. 학자의 면모를 탈피 수사관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정약용(박정철)을 등장시켜 정조 암살음모의 실체를 파헤치는 <8일>은 그 좋은 예다.
흥미로운 점은 정조 관련 팩션이 그 시대를 배경으로 따와 다시금 재현한 작품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정조의 삶을 다루지 않지만 <궁녀>도 정조시대와 관련한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연출자인 김미정 감독은 <궁녀>를 구상할 때 숙종시대를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아침’의 홍보팀 관계자는 “후궁으로 등장하는 희빈(윤세아)의 에피소드가 극중 이야기와 하등 상관없는 장희빈을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 영화상 일부러 밝히지는 않지만 정조시대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숙종에서 정조로 시대가 바뀐 배경에선 최근 한국영화의 유행 흐름이 감지된다. 영화사 아침의 관계자는 “올 하반기엔 여느 때와 달리 스릴러영화가 대거 개봉할 예정”이라며 “최근 정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추리를 화법으로 구사한 스릴러가 많다.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극을 이끄는 <궁녀>의 시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야사(野史)를 적극 도입하는 최근 사극형태를 볼 때 <궁녀>도 그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사(正史)는 이미 노출될 만큼 노출됐다. 대중이 야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야사는 왕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나 왕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면의 이야기다. 무대 이면의 이야기는 미스터리를 동반해 스릴러 소재로 손색이 없다. 정조를 향한 숱한 암살과 죽음에 대한 의문은 그래서 현대적인 이야기로 변주 가능하다. 정조가 2007년을 장식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스릴러와 야사의 강세를 등에 업고 대중이 알기를 원했으나 알지 못했던 무대 뒤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리트머스 시험지
사극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사극을 보면 한국인의 존재를, 한국인의 욕망을, 더 나아가 한국이란 나라의 국가정체성까지 알 수 있다. 예컨대,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그리고 <태왕사신기>까지,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고구려(와 고조선)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작품들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선 한국인의 의지와 함께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욕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극은 시대는 다르지만 현대와 떼어놓고 해석이 불가능한 장르다. 2007년 하반기 대중들의 무의식을 읽어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정조'다. <이산> <8일> <궁녀>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일기> 등 정조는 다가올 대선에서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될 한국인의 리더요, 안정된 사회를 도모할 적합한 개혁가이고, 새로운 정보와 이야기를 바라는 한국인의 바람을 우회적으로 비춘다. 이들 작품을 통해 우리의 욕망이, 시대의 얼굴이 보인다.
정조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8일> 박종원 감독
<영원한 제국>에 이어 <8일>에서 다시 한 번 정조 암살을 다루게 된 동기는 뭔가?
정조는 일반적인 가치를 옹호하기도 했지만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개혁을 단행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 따른 고독과 어릴 적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맞닥뜨렸던 콤플렉스를 일로 승화했다. 그런 인간적인 아픔에 매력을 느꼈다.
<8일>은 <영원한 제국>과 달리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나?
과거에는 권력을 가진 자와 권력을 갖지 못한 자의 대립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읽었다면 지금은 개인의 욕망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대다. 이것이야말로 <8일>과 <영원한 제국>의 차이다.
<8일>에서는 정약용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정약용은 흠이 별로 없다. 진보적이었고 시대를 앞서갔으며 합리적인 성품을 지닌 인물이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 아닌가 한다. 정조와의 관계에서 보자면, 이들은 군신 간이었지만 오히려 사제의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 형제 같았다고 한다. 둘의 관계에 흥미를 느꼈고, 드라마상으로 중요하게 다룰 생각이다.
정조를 부각한 작품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의 왕들을 조명하는 데 인색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민주주의 시대가 됐고 인물을 평가하는 데 자유로운 분위기와 여유로운 태도가 생겼다. 그래서 정조처럼 왕에 대해 다시금 조명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