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나막신 우리문고 1
권정생 지음 / 우리교육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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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집에, 양복을 쫙 빼입은 아빠와 마님 같은 엄마를 둔 하나꼬를 혼마찌 아이들은 전부 부러워한다. 그러나 하나꼬는 그 누구보다 외로운 아이다. 친부모는 죽고, 동생 스즈꼬는 고아원에 둔 채로 혼자 부잣집에 수양딸로 와 있는 것이다. 양부모가 된 마에다 씨 부부에게도 정을 붙이지 못하고 가슴으로 울음을 삭여야 하는 하나꼬에게 있어, 밤마다 찾아오는 머리 없는 소복 귀신은 유일한 친구다. 준이는 남몰래 독립운동 하는 큰형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작은형이 징용되어 일장기를 흔들며 떠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분이는 술장사를 하는 어머니한테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도 고철을 주워 번 5전을 어머니한테 준다. 어머니가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분이는 그토록 열심히 쇳조각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푹 꺼진 배를 잡고 놀다 하늘이 핑 돌아 쓰러져 버리는 에이꼬. 하얀 눈이 혼마찌를 소복하게 덮던 날 아이들은 에이꼬의 영구차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일 수밖에 없는 것. 동네가 온통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위에서도 아이들은 푸른 들판을 꿈꾸며 이리와 아기 양들 연극 놀이를 한다. 아이들은 나들이 간 엄마 양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이리의 배 속에서 구해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대체 이리는 누구일까? 미국일까? 그럴 리가 없다. 비행기를 날리고 폭탄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미국이 엄마 양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일본일까? 아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엄마 양이 올 때까지는 이를 악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 간다. 희멀건한 감자죽만 떠먹더라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여기 나오는 아이들 모두가 당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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