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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끝내주는 심쿵 동물사전
필립 번팅 지음, 윤소영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연사를 배우지 못한 사람이 마을 길이나 바닷가를 산책할 때는, 마치 위대한 미술 작품들이 열에 아홉은 뒤집힌 채 진열된 전시관을 지난 것처럼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법입니다."라는 토머스 헉슬리의 말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 말이 날 움직였다. 어떤 그림들은 진짜 뒤집혀 걸려 있어도 나는 그것이 뒤집혔다는 걸 모를 때가 있다. 하물며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정말 많은 동물들이 있을 텐데 그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으면 했다.
첫번째 동물은 해파리였다. 너무 예쁘게 그려져 있어서 저절로 눈이 가고 눈이 없는데 눈을 그림으로 그려서 더 웃기고 입과 항문이 같아서 먹은 다음, 같은 구멍으로 응가한다는 표현이 재미있었다.
물론 커다란 젤리처럼 둥둥 떠다니는 악당이기도 한데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라니 불멸이라는 내가 몰랐던 여러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다. 줄글이 주는 정보에 익숙한 나에게 이렇게 페이지의 여기 저기를 찾아다니며 숨어 있는 다양한 정보를 찾는 방식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았다.
해파리로 시작하여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퀴카라는 동물, 거리에서 매일 아침 마주칠 수 있는 비둘기, 기절염소, 거머리 등 66마리의 동물들이 나온다.
사실 표지에서 부터 심상치 않는 색감에 놀랐다. 페이지마다 동물들을 매력적이게 보이도록 캐릭터화해서 동물사랑이 저절로 솟아오른다. 진짜 원색이 아닌데 묘하게 읽는 나의 시선을 잡아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페이지마다 색이 확확 바뀌는 데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빈액자로 시작되었지만 끝날때는 채워진 액자로 마무리된다.
우리에게는 다 다르지만, 우리에게는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다른 동물들을 존중하고 아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서로를 그냥 가만히 놔둬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