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그램 -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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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이 있었다. 그때 엄마는 유방암 3기였고 수술과 항암주사로 이미 환자 가족으로 암환자에게 볼 것은 전부 다본 상태였다. 난소에 혹이 있다고 했다. 물혹이 아니라고 했고, 좋지 않은 경우에는 암일 수도 있다고 했다. 가족력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싶은 마음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입을 열어 말하는 순간 암에게 잡아 먹힐 것 같기도 했고, 엄마에게 이야기 하면 엄마가 크게 걱정할 것 같았다. 혼자 그 건강검진 결과를 가지고 동네에서 가장 큰 산부인과에 찾아가 검진 받고 그 의심의 본체를 떼어내자는 의사의 소견을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걱정 속에 더 큰 병원에서 알아본 결과 그 혹은 물혹이었다. 나는 수술하지 않았다. 그러다 몇년 후, 자궁과 관련 없는 디스크로 지하철에서 119 차량에 실려 병원에 입원하고 17일간 병원에서 나올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입원한 병원이 아닌 내가 입원한 병원, 내 병실, 내 침대의 느낌은 남달랐다. 그 후로 '암'이라는 병과 '디스크'라는 병의 친근함은 이 책을 사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당시 읽고는 뭔가 같은 체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고 나니 느낌을 적을 엄두가 안나기도 했다. 괜찮은 책은 추천해 줘야하는 법인데, 쓰다가 내가 맘이 아플 판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자궁에 혹이 있어서 산부인과 수술을 받게 되고 배에 구멍을 네개나 뚫고 아침 저녁 샤워할 때마다 상처를 봐야하는 이제서야 다서 꺼내 읽고나니 모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도 뭔가 넘어 선 듯 하다. 

 

작가는 스물 일곱의 어린 나이에 임산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나온 배를 이상히 여겨 병원에 간다. 병원에서 배에 똥이 차 있다는 소견을 듣고, 큰 걱정 하지 않았으나 뭔가 찜찜한 마음에 큰 병원을 방문하여 다시 검진 후 난소암 3기 진단-사람들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검진 후, 바로 암의 단계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암의 단계는 수술 후 조직 검사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검사 받자마자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며 바로 쓰러질 일은 왠만해서는 오지 않는다. 물론 저자처럼 바로 수술하자는 이야기 정도는 들을 수는 있다-을 받는다. 그리고 수술, 금식, 항암, 여유가 생기면 즐길 수 있는 병실 생활 이야기, 그리고 병실에서 다시 정립해 보는 주변의 인간관계 이야기를 작가는 잘도 풀어 놓았다.  연필로 그린 듯 보이는 그림체는 편안하다.  함께 겪지 않았음에도 함께 느낀 듯한 그림이다.  책을 좋아하는데, 지금 암에 걸렸고 지금 병원에 있는 사람에게 선물해도 무방한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사람에 따라 받아 들이기 다르겠지만. 

 

책 상태는,

예쁘고 잘 읽힌다. 양장임에도 무겁지 않다. 금방 읽히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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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책 읽기 2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인문.교양.실용편 카페에서 책 읽기 2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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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보고 바로 읽었어야 하건만, 연말의 책 읽기 어려운 분위기에 휩쓸려 몇일 전에야 읽게 되었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프롤로그를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겹치는 독서는 [필경사 바틀비] 뿐이었다. 어쩌지?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데, 이리 낯선 목록에서 난감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1권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책에 대한 불친절한 줄거리 설명에다가 본인이 느낀 느낌 그대로 가끔은 안드로메다 가까이까지 갔다 오는 뚜루 작가의 이 책은 아주 평온하게 잘 읽힌다.  여러가지 다른 책을 읽고 그리고 쓴 느낌인지라 1권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1권보다는 여유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더 잘 읽히는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는 아는 책도 없는데다가 책이 궁금하지 않는데도 작가의 책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다. 언급된 책에 직접 그림을 그려서 쓴 리뷰라든가 리뷰 대상인 책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마음에 든다.  '책에 이런 것까지 해보고 싶다'와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책을 읽는 방법'의 작가가 등장(?)하는 부분은 아주 재밌게 읽었다. 덧붙여 멈출 수 없는 지름신이 내리는 전집에 관한 이야기와 자신의 책 읽는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마구 광속으로 책을 구입하는 책 욕심쟁이가 비좁은 공간에서 책과의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게 읽었다.  집이 책에 점령당한 들 어떠하리! 

책 상태는,
일관성 있는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조금은 가늘어진 그림의 테두리와 글씨체가 눈에 더 잘 들오는 느낌이다. 꽉 들어오는 느낌보다 약간의 여유가 보여서 좋았다. 1권이 할말이 많은 사람의 모습같이 보였다면 2권은 이 책 시리즈가 오랫동안 나오겠구나 싶게 안정적이었다. 표지에 "더 친절해진 카툰 독서 입문서"라고 쓰여있다. 뚜루 작가와 독서취향이 맞지는 않지만 작가가 권한 책 중에 몇권을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뚜루가 지름신
. [충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은 이미 내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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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홍신 엘리트 북스 64
에밀 졸라 지음 / 홍신문화사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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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졸라의 [목로주점]에서는 제르베즈의 흥망사가 펼쳐지고 그 죽음 끝에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남는다.  제르베즈와 쿠포의 딸. 그러니까 제르베즈의 막내 '나나'다.  [목로주점]에서부터 이미 어른인 랑띠에가 보기에도 요살스러운 계집아이였다. 욕망과 호기심이 가득하고 응큼하며 욕심이 악의적이고 너무 투명하여 섬뜩하게 매력적인 아이가 '나나'였다. 뭐 좋은 이야기라고 이렇게 연달아 잃고 있나 싶지만, [목로주점]이 아니라도 [나나] 자체의 이야기 흡입력 덕분에 어미에 이은 딸의 흥망사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화려한 극장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는 주인공 없이 주인공을 상상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나'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발동하는 사람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 대한 칭송이 이어진다. 정작 '나나'를 무대에 올리려 드는 자는 '나나'를 창녀라고 규정 지어 말한다. 맞다. '나나'는 창녀다. 돈을 갖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는 여자. 그녀의 매력에 빠진 남자들의 모든 것이 물거품 처럼 사라진다. 돈도 명예도 가족도 다 사라진다. 밑빠진 독처럼 '나나'는 남자들의 돈을 빨아들이고, 그런 사치는 '나나'의 수발을 드는 자들의 거짓으로 또 쉬이 사라진다. 귀족의 돈이 창녀에게로 창녀의 수발을 드는 하층민에게로 돈이 스며든다. 그렇다면 누구 하나의 주머니가 든든해 질 것도 같지만, 그렇게 흩어진 돈은 누구 하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나나'의 돈을 빼돌려 독립을 꽤 하는 하녀 '조에'가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남자의 끊임 없는 사랑과 맹세도 목숨도 필요 없다.

 

"남자가 고집을 피우면 신통한 일은 없는 법이야"


모든 불행은 외로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매력적인 육체를 타고 났지만, 돌봄을 받을 수 없었던 상처뿐인 부모에게 태어난 '나나'가 행복을 꾸미는 것이 과연 쉬울까?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도 착각일 수 있는데 말이다. 스스로를 행복한 상황에 집어 넣는 일이 태초에 불행을 보고만 자란 이가 얼마나 노력을 해야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나'는 행복과 사랑을 위해 누군가에게 정착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가 행복이라는 것을 모르는 또 다른 '나나'일 경우에는 상대를 파괴할 뿐이다. 그 파괴에서 일어난 '나나'는 더욱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여신이 되어버린다. 그 외로움이라는 것은 화려함과 즐거운 파티 속에서도 극복되지 않는다. 결국 나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길을 떠나고 다시 돌아와, 자신의 아이가 돌봄을 받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나나'의 고모 뻔뻔한 르라부인은 나나의 수입이 끊기자 아이에게 돈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도 잃고 돈도 없는 '나나'는 천연두에 걸려 정작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람들의 돌봄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물고 뜯고 싸우기만 했던 '로즈'의 간호를 받다가 떠난다. 전염성이 강한 그 질병에 남자들은 한걸음 물러난다. 그런 나나를 몇날 몇일 돌보는 '로즈'의 동정심은 어쩌면 자신과 동일시가 아니었나 싶다.


[나나]는 1880년 출판되었다. 이 당시의 시대상을 알지 못한다. 파리의 뒷골목의 흥청망청한 느낌과 퇴폐적인 모습들은 알 것 같다. 곧 폭발할 것 같이 빵빵해진 이 불쾌한 느낌을 역사와 함께 연관지어 읽어보아야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 당시 이 소설이 출판되었을 때는 얼마나 예리하게 날카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을지 짐작해보든 것도 흥미로왔다.

 

책은,

오래된 편집이다. 여백 없이 빽빽한 편집이어서 한권으로 묶여진 것은 감사한 일이나 최근에 줄간격이 넓은 책을 읽다보니 빽빽한 글 사이에서 약간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왕이면 제르베즈와 랑때에의 둘째 아들의 이야기로 추정되는 [제르미날]도 책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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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지음, 김훈 옮김 / 푸른숲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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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인의 부탁으로 이미 절판인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그런데 표지에 <플레이보이>지가 선보인 최고의 단편소설 컬렉션이란다. 응? 응응? 십여년쯤 전에 이승희씨가 커버모델을 했던 그 <플레이보이>지? 반쯤 벗은 여성 모델들의 사진이 드글드글한 그런 잡지 아니던가?  마르케스의 단편소설을 보고 싶었다고는 하나 평소 얌전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던 지인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빌렸나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마르케스의 환상소설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익사체'로 부터 시작되어, 로리 콜윈의 '정부'로 넘아가서는 설핏 웃음을 머금으며 읽게 된다. 젊은 나와 늙은 내가 만나게 되는 '타인'과 리처드 메디슨의 '매춘부 전성시대'는 환상특급 같은 느낌을 준다. 폴 테로의 '하얀 거짓말'을 읽은 후에는 셔츠를 꼭 다림질 해서 입어야 겠다 싶어졌다. 심심하게 읽었던 '이웃집 남자'와 부부 상황극 '머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를 읽으며, 삶에 또 다른 자극이 필요할때가 있지 싶어서 고개가 저절로 주억거려졌다. 톰 보일의 '안전한 사랑'을 읽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안전할 수 없어서 위생 때문에 사랑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전신 콘돔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섬'을 읽는 내내 개인적인 상황이 연상되어 재밌게 읽으면서도 괜한 짜증을 내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여행'은 정말 혼란스러웠다. 단편이 전부 다 재밌게 읽었다고는 못하겠다. 어떤 단편은 너무 안 읽히기도 했다.

 

책 상태는 평범하다. 구입할 수 없으니 빌려 보는 수 밖에 없겠지만 구할 수 있다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익사체'와 '정부', '하얀 거짓말', '섬'은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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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부 세트 - 전2권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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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로 접했던 시리즈로, 그 분위기에 압도 당했다. 당장 읽어야 마땅하겠지만, 시리즈가 나오고 있다는-혼자만의- 생각에 뒤로 미뤘었다. 이제서야 알았다. 작가는 이 소설이 출간 되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밀레니엄 1부, 두권을 읽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현재 출판된 3부까지 읽어내고 내 마음속으로 그 이후의 시리즈를 만들어 보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우리나라 제목은 너무 노골적이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어떤 일을 벌이게 될지 상상 먼저하고 읽으면 재미 없어질 수 있어서 제목이 길라잡이 스포일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를 본 후에 책을 읽는데도 몰입감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제목을 트집잡기도 전에 이미 소설에 빠져들어 버렸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부패 재벌에 대한 폭로 기사를 쓰다가 궁지에 몰린다. 명예 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기자로써의 생명을 읽어버릴 판국이다. 이때, 헨리크 방예르가 제안한다. 자신의 가계와 실종된 손녀 '하리에트'의 사건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쉽게 수락되지는 않았으나, 헨리크는 미카엘이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고, 결국 미카엘은 응한다. 헨리크 방예르는 미카엘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천재 조사관 리스베트 살란데르에게 미카엘에 대해서 조사를 요청한다. 중심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모여든다. 또 다른 사건이 꼬리를 물고 다른 사건으로 연결된다. 자칫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설정이 톱니의 이가 물리듯 물려가며 촘촘하게 돌아간다. 그리고 수 많은 사건사고와 위기 등을 극복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수 많은 일들이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잡아다가 죽을 때까지 볼기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인물들의 등장으로 마음이 질적해질 틈이 없다. 증오는 몰입에 큰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사건을 이어가느라 이번 시리즈에는 리스베트의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적다. 그러나 끊임없이 궁금하도록 엄마와 쌍둥이 동생에 대한 알 수 없는 느낌만을 남겨 놓은 걸로 봐서는 조만간 리스베트의 과거와 관련된 사건이 전개되지 않을까 기대해 봤다. 결국 진짜 전개되나 궁금하여 이 세트를 다 읽자마자 그 다음 시리즈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샀고, 다 읽었고, 좋다고 다음 시리즈를 읽고 있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나는 추리소설을 싫어한다. 인생 사는 것도 복잡한데, '뭘 이런 걸 가지고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추리소설을 멀리하기도 했고, 읽다보면 다음 이야기가 연상되어 흥미가 떨어지는 일도 많기 때문인데, 이 소설은 읽는 동안 그런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최근에 찾아온 난독증에도 불구하고 무척 잘 읽히는 책이었다.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잘 안 외워지는 작가의 이름을 꼭 외워두었다가 '밀레니엄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졌고 그렇지 않아도 가보고 싶었던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죽기 전에는 꼭 밟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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