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 - 파격과 야성의 요리사 열전
후안 모레노 지음, 미르코 탈리에르초 사진, 장혜경 옮김, 박찬일 감수 / 반비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즐겨 듣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 중 '내가 산 책' 코너에 소개 된 책이다. 메인으로 소개된 책도 안사 읽는데, 이 책에 소개된 요리사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했다. 신간인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닌 책을 받아들고 사자마자 다 읽었지만, 리뷰를 바로 쓰지는 못했다. 문장을 소화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요리 책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엄마의 책꽂이에는 365일 메뉴가 나오는 두꺼운 요리책이 있었다. 그 책에는 엄마의 밥상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음식들을 글과 사진들이 있어서 실제로 맛볼 수도 없으면서 마음대로 맛을 상상해보기를 즐겼었다. 지금은 다섯권의 요리책을 갖고 있고 여전히 그 요리책에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지는 않지만 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잘 차려진 밥상을 보는 기분은 얼마나 따뜻한지. 

그런데 이 책의 표지에는 오른 손에 칼을 들고 왼손에 타고 있는 시가를 들고 있다. 털이 숭숭난 팔을 갖고 있는 이 아저씨는 내가 생각하는 요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맛과 향을 내야하는 요리사가 시거를 피우며 음식을 만들다니! 자칫 담배냄새나는 음식을 맛볼 것 같지 않나?

 

이 책은 요리사가 요리하는 요리 책이 아니다.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요리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온 요리사들이 요리를 너무 사랑하는 요리사들도 아니다. 물론 요리로 성공한 요리사도 있지만 그렇다고 성공담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요리사는 요리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사람들도 있다. 요리를 잘 하고 유명한 사람이지만 요리사가 아닌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도 있고, 식당이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정말 먹을 수 있을까 의심되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을 하기도 한다. 인터뷰한 요리사 중에는 지금 생존해 있는지도 미지수인 사람도 있다. 그 요리사는 맥도날드에서 요리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책에 언급된 대부분의 요리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요리사의 기준에는 맞지 않는다. 몇몇 요리사의 요리는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요리사가 자신의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어떤 레시피는 100인분이 기준이다. 특이한 삶 속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전해져 흥미롭지만, 잘 읽히지 않는다. 독일어 원문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문장이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다. 책을 읽을 때 문장을 인식하지 않아야 잘 읽는데, 이 책은 문장이 보인다. 영화 보면서 배우의 연기가 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 불편했다.

 

책 상태는,

좋다. 17명의 요리사를 소개하는 강렬한 사진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지막에 그들이 소개한 요리가 사진으로 마무리 한다. 컬러 사진을 넣었지만 책 두께와 크기에 비해 책이 가벼워 들고 다니면서 읽기 부담없다. 하지만, 2만원이라는 가격은 부담된다. 내가 왜 이 책을 샀을까 후회하게 되는 가격인데, 얼른 커서(?!) 책 사기 전에 가격도 따져볼 줄 아는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