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쫄깃 - 메가쑈킹과 쫄깃패밀리의 숭구리당당 제주 정착기
메가쇼킹.쫄깃패밀리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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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매혹되어 제주로의 이주를 꿈꿨던 적이 있다. 물론, 직장 상황을 고려하여 부모님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참이었다. 일이 꼬여 손해만 보고 물러서야 했기도 했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크게 남았다. 살 터를 마련 할 일이라면 살만하게 마련할 일이지 일을 크게 벌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남의 손을 빌리면 안된다는 것이라는 교훈만 얻었고 자신감을 줄어들어 뭔가 추진할 힘을 잃었다. 물론, 그 후에 엄마의 몸에서 자연치유가 될 수 없을만큼 큰 암세포가 발견되어, 일이 잘 되었으면 엄마를 잃을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사연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좋고 그래서 그 일을 겪은 후에도 틈만나면 제주에 들락거렸다.

 

나는 제주 공기만 마셔도 뭔가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홍대에서 시작해서 그 꿈을 제주로 넓혀 그 곳에 터를 만들었다. 혼자서도 아니고 모르는 여러사람의 힘을 빌려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피고 돌보며 지금의 공간을 만들어갔고 그 과정이 너무 멋졌다. 한없이 게을러 보이는 저자가 아침마다 일어나 끓이는 스프 맛을 보고 싶어서라도 당장 제주도로 떠나고 싶어졌다. 저자가 제주로 내려가 있긴 했었는지 잘 확인은 안되는 욕심을 덜어내고 아이디어를 모아서 듣고, 힘을 보테고, 나누면서 만들어진 쫄.깃.센.터. 를 왜 진즉에 몰랐을까 싶어 속상하다. 지어지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죽을 지경이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저자의 만화를 아주 즐겨보지는 않았으나, 그 만화의 독특함과 발랄함에 매력을 느꼈던지라 책은 잘도 읽혔고, 누군가의 힘을 모아 어떤 일을 도모한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잘 알기에 그 곳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기도 하였다. 뭐든 제주의 날 것과 함게 제주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싶은 마음에 책을 덮었다. 이 책을 한 없이 밀리는 버스 안에서 읽었으나, 짜증이 날만한 상황에 짜증을 날리는 묘한 맛이 있어서 좋았고, 탈 때 읽기 시작한 책을 내릴 때 다 읽을만큼 무게감이 없어서 좋았다.

 

책은 구성이 좋다. 사진과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 유명 만화가에서 멈추지 않고, 삶의 바닥(!)에서 제주에 내려갈 결심을 하고 내려가서 실행하는 과정까지 조금은 어이없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제주에 대해 말랑말랑하면서 뿌연 사진을 담아 절대로 매력이라고는 없는 제주 관련 에세이를 보고 실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신선하고 좋았다. 그리고 마음대로 꺼내먹고 마음대로 채워놓는 냉장고, 열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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