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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 동화에 숨은 역사 찾기
박신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궁금했었다.
무엇때문에 왕자들이 뻑적지근한 행렬도 없이 외진 숲에 자꾸 돌아다니고 있는지, 도대체 무슨 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집안은 한동네에 살면서도 서로 죽여가면서 싸우는지, 왜 인디언은 미국에 있는데 느닷없이 인도에도 있는지-내가 뭘 몰라도 너무 몰랐지-, 산초 판사는 왜 판사인데 저러고 사는지 궁금했었다. 남들은 다 감동적으로 읽고 가슴 아팠다는데, 독일의 유태인 박해와 관련된 영상을 너무 많이 본 나에게 [안네의 일기]는 아무 느낌이 없이 싱겁기만했다. 누구에게도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하기에는 [안네의 일기]의 비극은 너무 커서 말할 수 없었다. 다 그런 건가보다 하면서 넘겼던 이야기들을 저자는 하나하나 물음표를 붙여 질문하고 탐구한다. 저자가 ‘왜?’로 시작한 이야기를 맞장구치며, ‘어머, 정말?’, ‘진짜?’, ‘맙소사!’를 연발하며 읽다보면 책은 어느 사이 끝이 난다. 평소 조금이라도 의문점이 들었던 동화들을 찾아다가 안기면서 이 이야기의 역사적 배경을 빨리 말해달라며 닦달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야기 중, [마지막 수업]의 이야기는 일본과 관계를 연관 지어 우리 상황에 맞게 설명해 놓은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슬슬 화가 나기도 했다. 배웠다는 사람들은 뭐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도 뭔가 이용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야기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래서, 그 이야기가 쓰여졌던 당시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감상적으로 받아들이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니 왠지 왕비의 입장에 서서 대 놓고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혼자 키득거리기도 했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돈 키호테]를 읽으며 다른 시선을 던져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책 상태 아주 좋다. 예쁘지만 절대로 촌스럽거나 유치하지 않은 표지도 마음에 들고 각 꼭지마다 시작을 관련된 이야기 목록과 그 이야기에 해당하는 삽화 또는 명화로 시작하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의문을 갖을 만한 부분을 마지막에 박스로 엮어 놓은 편집도 마음에 든다. 쓸데없이 칼라를 쓰지 않은 편집과 500g이 넘지 않는 책 무게가 마음에 든다. 덧붙여, 의문이 들때마다 멀리가지 않아도 바로 볼수 있는 작은 글씨 주석이 달려 있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작가의 참고문헌을 따라 읽어보고 싶을 때 어떤 책을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이 목록만 있는 것은 아쉽다. 그리고, 그 목록은 길어도 너무 길다. 물론 저자의 리뷰를 검색해 본 후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링크식의 독서를 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안내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책 내용이 마음에 들었듯, 작가의 다음 책에는 만화 [십자군 이야기]의 참고 문헌 목록 같은 목록이 하나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