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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시대 ㅣ 루브르 만화 컬렉션 1
니콜라 드 크레시 지음, 김세리 옮김 / 열화당 / 2007년 3월
평점 :
니콜라 드 크레시 저/김세리 역 | 열화당 | 76쪽 | 639g | 2007년 03월 20일
마르크-앙투안 마티외의 [어느 박물관의 지하]을 시작으로 [루브르의 하늘]에 이어 루브르 만화 컬렉션의 첫번째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어느 박물관의 지하]에서 본 빙하시대의 표지는 충분히 매력있었고 실제로 접한 책도 몹시나 매력있어 흐뭇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다시 빙하기라도 온 것인지 유럽은 얼음 밑에 남았다. 과거와 역사를 추적하는 무리들은 사소한 흔적에도 의미를 둔다. 무언가 발견하고 추적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선두에 서고 싶은 사람이 있고, 누군가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학문을 추적하는데 열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얼음 속에 잠겨져 있던 루브르가 나타난다. 그 흔적을 잡아내는 역할은 사색하는 개돼지(?) 헐크가 맡아 앞장선다.
역사의 흔적들의 가닥을 겨우 잡았다 싶은 순간에 역사의 흔적들이 다시 사라지고 누군가가 흔적을 찾아낸다는 설정은 현재 있는 박물관을 파묻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큼하고 멋진 발상과 더불어 입구가 아닌 헐어버린 통로로 연결되어 찾아내는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은 정식 통로가 아니기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과거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단편적인 예술 작품을 보고 펼치는 상상력은 흥미롭다. 사람들은 그림을 보고 과거를 읽어낸다는 것. 그 그림이 신화이거나 종교화이거나 무언가 상징하여 과장된 그림이라고 한다면 그 상상들은 일상과 아주 먼 터무니 상상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은 용감하게 추리하고 일부는 단정한다. 반면, 냄새로 예술품을 찾아내는 헐크는 예술품들과 실제로 만나고 소통하고 상징보다는 역사의 냄새를 맡아낸다. 그리고 그 부장품들이 될 뻔했던 예술품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예술품들과 함께 새로운 날개를 펴고 날아간다.
책을 덮으며,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어느날 갑자기 이 세계가 흔적이 없이 닫힌다면, 후에 이 세계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상을 하게될까?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글을 기상천외한 기호들로 생각하며 풀어낸다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로제타석이라도 하나 남겨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은 페이지가 A4 사이즈 만한 시원한 시원한 편집으로 양장이다. 아름답고 무엇보다 개돼지 헐크가 너무 귀워 자주 펼쳐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다른 책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