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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평점 :
줌파 라히리 저/박상미 역 | 마음산책 | 원서 : Unaccustomed Earth (2008) | 416쪽 | 581g | 140*225mm | 2009년 09월 05일
작가의 단편집 [축복받은 집]을 읽은 적이 있다. 뭔가 재밌게 읽었으면서도 뭔가 찜찜함이 남았던 소설이기에 이 책을 권하는 지인의 메시지를 보고 사실은 살짝 망설였었다. 하지만, 지난 번 [축복받은 집]을 읽고 별을 네 개나 준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지인이 권할 때도 이유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자마자 또 다시 단편집이라는 걸 알고 실망하긴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마지막장을 덮으며 좀 슬프긴 하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사는 벵골인들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식으로 자라고 있더라고 하더라도 외형적으로 이방인 티가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발 디디고 사는 땅과 머나먼 고향의 이질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민자들에 관한 작품이다. 이 책도 여덟편의 단편으로 다섯편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나머지 세편은 '헤마와 코쉭'의 연결된 이야기로 진행된다.
읽으면서 문득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원래 살던 곳의 전통을 고수하길 고집하는는 어른과 살면서 현지의 삶에도 적응해내야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말도 달라 부모는 벵골어를 쓰고 밖에서는 영어를 해야하는 삶이다. 물론, 그런 삶을 극복해서 성공한 이민자들도 있지만 성공한 이들 사이에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는 자괴감은 끔찍하리라. 그리고 현지인과 짝을 이뤘을 때의 삶의 모양과 구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꼭 미국의 벵골인이 아니라도 어떤 사회의 이민자든 느끼고 경험하고 주변에서 보게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전체 이야기가 꼭 이민자의 삶에만 한정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만는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되는 소통의 부재와 단절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에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소통의 부재와 단절은 꼭 현지인과 이방인 사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세대와 성별 등의 다양한 성격의 경계들 사이에서 일어나니 말이다. 그리고, 이방인이었던 사람이 현지인과 어울리고 적응해 나아가며, 상대방과 소통을 하는데 필요한 연결고리에 관해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헤마와 코쉭'의 세편의 단편이 마음에 남는다. 글이 과하게 많거나 빽빽한 것도 아니고 지루한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책장이 쉽게 넘어 나가질 않는다. 무척 흔하디 흔한 이야기 일 수 있는 이야기에 왠지 몰입하게되고 그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참으로 묘한 느낌이다.
책은 소설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큰 특징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하지 않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