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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세트 - 전5권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유메마쿠라 바쿠 원저/다니구치 지로 글,그림/홍구희 역| 애니북스| 정가:47,500원
원작을 읽으면서 애가 탔다. 도대체 작가가 말하는 이 장비는 어떻게 생긴 것이며, 지금 말하는 풍경이 내가 상상하는 풍경과 같은 것일까? 카트만두의 풍경은 어떨 것인가. 그들이 차를 타고 추격전이 벌어지는 그 길을 얼마나 좁은 것이며 차가 간신히 매달릴만한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만 경험이 없는 곳에 대한 상상은 항상 부족하고 엉뚱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소설 책을 놓자마자 집어든 다니구치 선생의 이 만화는 나를 더욱 설레이게 했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펼쳐든 이 책을, 피곤에 찌든 몸으로 읽으면서 몇번이 졸음을 쫓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잠에 못이겨 다섯권 중 세권을 남겨 놓고 잔다는 것이 화가 날 지경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에베레스트는 몸서리쳐질만큼 웅장했고 추웠고 숨막혔다. 이 작은 화면에 이 같은 깊이감과 높이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독한 경사의 빙벽을 올라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편안하게 앉아서 보는 내 숨도 가빠졌다. 한장한장 펼치며 마치 만화책이 커지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던지는 시선들을 보며, 나도 만화를 읽는 동안은 같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니구치 선생의 그림은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원작과 조금은 다른 결말을 보며 미소지었다. 훌륭한 원작과 훌륭한 그림이다. 물론, 소설의 여운을 둔 결말이 약간 더 마음에들지만 말이다. 이런 만화를 소장하지 않고 무슨 만화를 소장하겠느냐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과 만화와 에베레스트 사진집까지 소장한 기분이 드는 만화책이다.
5권 P.164, "월급을 한꺼번에"에 '월급'이 아니라 '월차'가 맞다. 직장인이라 그런가 다른 오타들은 모르겠고 이 오타는 눈에 너무 크게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