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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ㅣ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평점 :
구스미 마사유키 원저/다니구치 지로 글,그림/박정임 역 | 이숲| 원서:孤獨のグルメ| 208쪽| 322g| 148*210mm| 2010년04월01일| 정가:9,500원
'외국에서 잡화를 수입하는 무역업자이지만, 매장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결혼도 마찬가지지만, 섣불리 점포를 얻었다가는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진다. 그러면 삶이 무겨워질 수밖에 없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자기 몸 하나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이노가시라 고로는 소박한 식당 열여덟 곳을 혼자 들어가 먹고 그 고유의 맛을 즐긴다. 편의점 쇼핑도 있기는 있으니 모두 식당이라 할 수는 없다. 음식만화에서 흔하게 보여지는 맛을 본 후에 과도한 감탄도 없고 도대체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기상천외한 레시피도 없다. 대단한 스토리도 없고, 그냥 이 남자가 일하다가 배가 고파 들어간 식당의 풍경을 보여줄 뿐인데도 뭔가 좀 있어보인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 남자는 작은 식당에서도 맛을 즐기고 있었고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과 말도 안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불평도 서슴지 않으며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는 폭식도 감수한다. 나름의 음식철학을 드러내는데도 망설임이 없다. 그런 이야기들이 다니구치 지로 선생의 그림을 만나 많은 이야기 없이도 남자의 표정과 식욕이 왕성해 보이는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긴말 필요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의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식사가 꽤 마음에 들고, 좀 묘하지만 책을 다 읽고도 주인공에 대해서 아는 점이 없다는 것도 왠지 마음에 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식당에 혼자 들어가서 음식을 시켜먹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오래 전에 깨버린 나는 왠만한 식당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물론 터무니없이 비싸보이는 식당에서는 어김없이 겁을 먹는다.
이 책에서도 나오는 단골 아니면 올 것 같지 않은 식당들을 방문할때는, 누구나 다 아는 이용방법을 나 혼자서만 모를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그 당혹스러움은 늘 잠깐이다. 이 만화를 읽고 왠지 메뉴판도 없는 식당에서 주인이 주는 음식을 덥석덥석 받아 먹으며 돈이 얼마나 나올지 가슴졸이는 경험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사쿠사 뒷골목은 한번 헤메본 일이 있기에 낯이 익었으나 대부분의 일본 음식과 거리가 낯설어 일본 음식과 일본 거리를 잘 알았더라면 좀더 와 닿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니구치 지로 선생의 그림에 어디 트집잡을데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다. 모두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에 사람들에게 권하기는 어렵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선생의 만화를 한번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녹색출판으로 출판되었다는 이 책에 괜히 박수 한번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