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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와인 - 만화로 보는
다지마 미루쿠 지음 / 바롬웍스(=WINE BOOKS)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와인을 접한다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없고, 디자인 샾에서 본 와인 도구들은 이뻤지만 너무 비쌌다.(와인은 접하지도 않고, 도구에 관심을 집중한 나에게도 문제는 있다. 인정! ㅡㅜ;) 누가 뭐라 그러지도 않았는데, 나 혼자 쌓아 올린 와인에 갖는 편견이라는게, 호사스럽게 앉아서 홀짝 거리는 술.. 정도가 아니었겠는가.
물론 내가 저혈압 때문에 한동안 와인을 먹기는 했지만, 그 구입기준이 우선 싼 것이었고, 그 시금 떨떠름한 붉은 액체는 그냥 약 수준을 넘어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몇일 씩 냉장고에 방치하였으니 그 맛이 좋을리 없지.. 그 와중에 지인 중에 한명이 와인 타령을 했을때, 한마디로 "지랄을 하고 있구만."이라고 속으로 비아냥 거렸던 것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와인을 힐끔 거리기 시작한 거다.
그것도 단 한번의 아주 짧고 단순한 경험때문에. 어떤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을 만난거다. 거기다가 친절한 사람들..^^ 꼭 거창할 것 없어도.. 우아한 분위기가 아니라도.. 꼭 아름다운 병(그 둥그스름하고 우아하게 곡선을 만들어내는 그 디켄더라고 하던가?)에 와인을 담지 않아도.. 와인용 냉장고가 있는 것이 아니라도.. 비스켓, 간단한 빵, 피자, 치즈 한조각을 조각조각 뜯어먹으면서도 즐길수 있는 술이었다. 와인이라는게!! 아주 좋은 경험..
와인 바에 가서 먹었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그 모호함과 느낄 수 없는 맛.. 예술 작품하듯이 나오는데, 별로 먹을 것은 없는 안주, 한 술 더떠 터무니 없는 가격에 질렸던 것을 생각하면 나에게는 아주 좋은 경험이라고 하겠다. 아이고 책 이야기 하려다가 뭔 말이 이렇게 많은지 원. ㅡㅜ;
그래서 본론으로 들어가자. 궁금하긴 한데, 그렇다고 와인 전문 서적 사서 읽는 것도 오버고 해서 만화책 한권 샀다. 나 같은 초보를 위한 책이었는데, 와인을 만들때 농약을 뿌리는지, 씻기는 하는지 등이 너무 궁금하고, 정말 아저씨가 홀랑 벗고 들어가서 밟는지도 사실 궁금하고, 맛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고, 치즈도 궁금했었는데, 많이는 아니라도 잡다하게 알게 되는 책이라 좋은 것 같다. 특히나 저자의 비싼 와인이 입에 안맞아 아까웠던 이야기나, 그냥 가정집에서 즐기는 와인의 모습이 좋았고, 와인과 어울리는 간단요리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게 와인의 매력이 아닐까? 함께 모여서 만취해 설움을 토하기 보다.. 이 맛은 어때라고 주제를 만들 수 있는 술이라는게 우선은 좋다. 거기다가 이건 "너 왜 안마셔?"라고 술을 디밀어도 마시겠고..
어제 모 백화점 와인 매장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구입하려고 시도도 해봤는데, 매장 직원이 친절하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 은근히 깔보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 백화점 소비자센터에 신고 해 놨는데, 시정 되려나 모르겠다. 거기다가 와인을 사가야 되는데, 상자에 넣어주질 않고 종이에 싸서 줄테니 비닐봉지에 넣어가라니.. 원. ㅡㅡ; 비싸도 다른데 가서 사려오.. 하고 나왔으니, 지도 느끼는 바가 있으려나?
마구 찾아 다니게 될지는 알수 없으나, 와인에 대한 호의와 약간의 상식이 생긴 것에 기쁘다. 그래서 집안을 다 뒤져(울엄니는 뭘 잘 숨겨두는? 버릇이 있다) 와인 몇병을 찾아냈는데, 이걸 먹어도 될지 심히 걱정이다. 주말에 뜯어보고 사람 죽이는 맛이면 고기 재울때나 써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