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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호주의 탄광마을에 사는 찰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글쓰기와 책읽기를 좋아하고 똑똑하다는 이유만으로 '왕따'의 생활을 하고 있는 찰리의 주변에는 제프리라는 베트남계 소년이 절친으로 있고, 원주민과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날 때부터 문제아로 취급된 재스퍼가 있다. '베트남- 공산당'과 '원주민- 몹쓸 짐승'의 사이에 있는 찰리의 인생은 아주 짧은 시간, 극적인 사건으로 순식간에 바뀌어버린다.
문제는 재스퍼가 찰리를 찾아 오면서 발생한다.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반항 하나로 우상이 되어버린 재스퍼가 왕따인 찰리에게 찾아와 도움을 청한 일은 찰리에게는 꿈 같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찰리는 너무도 쉽게 가보지 않았던 세계로 서슴없이 발을 디딘다. 그 속에는 로라 위셔드의 시신이 놓여있었다. 엉망으로 맞은데다가 나무에 목이 매여 죽은 채로 말이다. 한 사건을 겪고 신경이 예민해진 사람에게는 모든 상황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못해 과장되게 선명해 보일 때가 있다. 찰리의 신경도 마찮가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 재스퍼와의 우정, 일라이저와의 모호한 관계, 안과 밖이 다른 사람들의 여러가지 상황들이 꾸밈없이 연속으로 보여진다. 쌓인 감정들이 체면이나 자존심 또는 표현방법을 찾지 못해 해소되지 못하고 곪고 있었던 까닭에 각자 자신을 자신들의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벼랑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는 사람마다 다르리라 생각한다. 그 소동이 있은 후, 찰리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서 다른 이의 세상들은 닫히고 무너지기도 한다.
생각보다 가볍게 시작했던, 그러니까 재스퍼 존스만 문제이면 끝날 줄 알았던 소설은 왠만한 사람은 다 문제인 듯 한 기분이 들게 몰아가다가 다들 나름의 길을 찾으면서 종결을 맞이한다. 그런데, 뭐가 종결인가 싶다. 자신의 "자'로 타인을 재고 함부로 난도질하는 일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그 때의 호주에만 있었던 일도 아니고,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될 일이다. 그리고 그 "자"를 나 또한 갖고 있음을 부정하지도 못하겠고, 그 "자" 때문에 내가 혼란스럽고 어려운 경험을 갖게 되었던 것도 여러번이다. 물론 지금도 겪고 있는 내 주변인들의 일도 자신의 "자"만을 휘두르며 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덮으며, '남 이야기에 신경쓰지말고 니들 인생이나 잘 살지?'라는 톡 튀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책 표지를 보며, 재스퍼 존스가 벽이라도 깨고 나온다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책을 펼치니 글씨가 성기게 있어 약간의 난독증이 올 뻔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황했다. 요즘 빽빽한 책을 많이 보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앵무새 죽이기]와 [호밀밭의 파수꾼]은 읽었으나 도무지 기억도 나지 않고 리뷰도 써 놓은 것이 없어 좀 답답한 기분에 읽었다. 다시 읽기 해야겠다.
연관 책읽기
[앵무새 죽이기],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길 위에서], [호밀밭의 파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