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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1984년 外]라고 되어 있었던 책에서 동물농장을 읽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이 풍자소설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쩌면 너무 어렸을 때 읽어서 뜻도 모르고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하게 기억 나는 것은 반공을 부르짖어야 할 때가 오면 언제나 TV를 장식했던 만화가 똘이장군과 동물농장이었다는 것이다.
책을 펴고 읽자마자 다년간 보아왔던 만화 덕인지 스토리가 줄줄 엮어졌다. 존스씨의 농장의 늙은 메이저가 동물의 낙원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고 동물들은 동요한다. 그 중 영리한 젊은 돼지들이 메이저가 남긴 메시지를 체계화하고 반란을 준비하는데, 반란은 의외로 빨리 그리고 싱겁게 일어난다. 모진 주인이기는 했어도 유능한 농사꾼이었던 존스씨가 근래에 재수 없는 일에 엮여 잔뜩 울적해진 탓에 날마다 술타령을 하고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인데, 굶주린 동물들은 광을 박살내 배를 채우고 존스씨와 일꾼들의 때 늦은 반격은 무력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역사적인 혁명의 날, 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고쳐 넣고 일곱 계명을 헛간 벽에 써 넣는다. 그러나, 써 넣은 글씨가 마르기도 전에 우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성될 듯했던 동물들만의 행복한 세상은 리더 였던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의 관계가 서서히 벌어지다 못해, 스노우볼이 쫓겨 나가면서 뭔가 휘청한다. 그 후로 스노우볼이 했던 행동과 업적들이 나폴레옹의 업적으로 돌아가거나 무효화되면서 끊임없이 동물들을 선동하여 적게먹고 많이 생산하는 동물농장으로 거듭난다. 주인이 바뀌었을 뿐 동물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 나빠질 대로 나빠진 듯 보인다. 수 많은 계획들이 무효화되고, 존스씨가 다시 쳐들어온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나니 반항하는 동물도 없다. 뭔가 강제되지만 딱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목표의 달성을 위해 달려가는 동물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하다. 이상적인 동물사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폴레옹과 그 수하들은 인간을 따라잡기 하다가 이제는 인간이 돼지인지, 돼지가 인간인지 모를 상황까지 연출한다.
일곱 계명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너무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이유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바뀌고 있는 계명들은 결국 일곱번째 계명만 변경된 상태로 남는다. '더 평등하다'는 건 도대체 뭘까? 반공만화에서 본지라 이런 비유가 국한되려니 했는데, 나이 들어 다시 읽어보니 동물농장을 갖다 붙일 현실들은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경중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몰래 사과와 우유를 독점하는 나폴레옹 일당을 보며 살짝 화를 냈다가, 그들이 너무나 뻔뻔스럽게 우겨대는 많은 말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며, 갖다 붙이니 여기저기 붙을 곳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