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후 따라 읽은 소설이 의외로 지루할 수도 있다. 이 책이 약간 그랬다. 영화의 이야기가 좀 늘어지게 길어진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얼마나 이 소설을 충실하게 따랐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귀를 긁는 듯한 그 배경음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내 귀에서 울리는 듯 했다. 감독은 이 느낌을 소리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을 소설을 읽는 내내 했다. 정신병에 걸린 레이첼 솔란도가 방에서 증발하듯 사라지고, 연방보안관이 파견된다. 고립된 섬 안에서도 신발을 그대로 둔 채 사라진 레이첼 솔란도가 가 있을 곳은 없어보인다. 그리고 연방보안관들에게 아주 협조적이면서도 몹시 비협조적인 사람들과의 대립은 묘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 테드의 편두통과 환상은 그들의 수사를 도우면서도 방해한다. 참으로 모호하다. 끊임없는 의혹, 뭔가 잡힐 듯한 실마리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괜히 사람을 긴장시킨다. 무척이나 두꺼운 책을, 그나마 한권 뿐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읽다가 드디어 이미 알고 있는 반전을 맞이했다.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에 표현되는 생생한 반전은 느닷없이 몰입도를 높였다. 그리고, 영화와는 약간 다른 결론에 도달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나는 소설의 결말이 더 좋았다. 추리소설처럼 생긴 표지에 추리소설스러운 표지를 갖은 책이다. 600g이 넘는 무게로 한손으로 들기에 약간 묵직한 감이 있지만 그정도는 감수할만한 소설이고, 주말에 앉아서 단숨에 읽기에도 무리는 없어보인다. 물론 중간에 밥먹고 화장실 가는 일을 몇번 해야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