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고기
다니엘 월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2004년 3월에 팀버든의 [빅 피쉬]를 봤다. 그리고 6년이 다 되도록 원서가 있는 줄도 모르다가 친구블로그에서 발견하고 특별한 할인행사가 있어 냉금 사서 읽었다. 만약 두껍고 복잡한 책이라면 주저했겠지만 요즘처럼 얇은 책에 마음이 가는 때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는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차고 넘치는 과장이 섞여있을 그의 이야기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쉴랜드를 떠나다」였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에드워드가 에쉴랜드 밖으로 나가면서 만나게 되는 중간계의 환타지는 '모든 것이 있지만 중요한 것이 없는 세상'이었다. 도전하고 싶어 떠나지만 남겨진 마음과 확신 없는 발걸음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사람들이 모여서 떠나지도 돌아가지도 못하는 곳.

"정상적인 사람들과 그들이 갖고 있는 온갖 계획 말이야.
이 비와 이 축축함. 이것은 일종의 찌꺼기지. 꿈의 찌꺼기 말일세.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꿈 말이야.
나의 꿈과 그의 꿈과 그리고 자네의 꿈."

그 둥둥 떠다니는 꿈들이 습습하게 가라앉은 마을의 사람들은 에드워드의 발목도 잡는다. 스스로 떠나지 못한 곳에 다른 이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염려와 걱정을 넘어선 시기심이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있는 그 부정적인 충고가 와 닿았다. 개에게 손가락을 빼앗기지 않고 무사히 에쉴랜드를 떠난 애드워드에게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윌리엄의 아버지 애드워드는 결국 큰 물고기가 되어 떠난다. 떠남도 화려하다. 부모님의 병수발로 겨울 한계절을 보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부모님을 떠나보낼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혈압에 술, 담배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윌리엄 처럼 아버지를 멋지게 떠나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한번도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아버지다. 아버지의 환갑에 제주도로 일주일간 여행 떠나 그제서야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느껴졌던 아버지. 하지만 여행갔다 돌아왔을 때 잠깐 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마음 속의 이야기를 밖으로 내 놓지 못한 아버지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두번의 월남 파병과 그때 생긴 다리의 관통상, 농기계 장사를 할때 잘려나간 가운데 손가락과 큰 사고로 잘려나간 발가락 두개. 아버지의 신체적인 상처만으로도 많은 충격과 이야기가 있을텐데. 아버지는 언제나 조용하다.

책을 덮으며, 팀버튼의 [빅 피쉬]를 떠올려 봤으나, 몇장면 밖에 떠오르지를 않았다. 원작보다 훨씬 환타지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그 영화를 다시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