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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주석의 글읽기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는 그림이 점점 늘어난다. 저자가 사랑하는 그림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읽게되는 까닭이다. <송하맹호도>와 <마상청앵도> 그리고 <이채 초상>은 아는 그림이라 반갑고, 매직 아이처럼 벌떡 일어나는 듯 보였던 <금강전도>는 반가웠으나 『주역』 속을 헤매다 읽기에 대한 흥미를 약간 잃어버렸다.
언젠가 TV에서 어떤 할머니댁을 방문했었는데, 할머니께서 시집 올 때 갖고 왔다는 문갑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았다. 별 흥미가 없어 다른 것을 보려고 채널을 돌리려는데 문갑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것은 할머니의 아버지가 시집가는 딸에게 전하는 글이었다. 문갑 안쪽에 빽빽하게도 적혀 있는 글들은 멀리 떠나보내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이 묻어나는 가르침들이 적혀 있었다. 그냥 편지로 준 것이 아니라, 딸이 갖고 갈 문갑에 붙여두어 열고 닫을 때마다 볼 수 있게 한 아버지의 다정함이 마음에 박혔다. 그 문갑을 보고 그 할머니 얼굴을 다시 보니, 그저그래보였던 시골 할머니 얼굴에서 빛이 나 귀인처럼 보였다. 그런 기억을 갖고 정약용의 <매화쌍조도>를 보는 마음은 남달랐다. 그림은 다시 봐도 아름다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버지께 정스러운 그림까지는 아니어도 정이 묻어 나는 글이라도 한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바랄 것을 바래야겠지만. ㅡㅡ;). 이런게 문인화의 매력이라는 것일까?
그리고, 드디어 난초 그림을 만났다. 미술 시간에 그리라 했던 난초 그림은 간단한 선을 몇가닥 그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절망감을 주기에 충분했었다. 옛그림하면 생각나던 난초와 대나무 그림 중에 저자의 책에서 보기 어려웠던 난초 그림을 보게되니 반가우면서 괜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노근묵란도>는 뿌리가 밖에까지 나와 있는 것이 거칠거칠해 보이며 꽉꽉 들어찬 화면에 약간 누울 듯한 난을 보고 있자니 힘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과 의미가 완전히 달랐다. 저자의 설명을 읽고 <노엽풍지도>의 우아한 선을 보고나니 마음이 쓸쓸했다. 사라지지 않는 과거이고 잘못 알고서 되풀이하는 많은 것들이 쓰리다. 많이 살피고 알아야 할 일이다 싶다.
57쪽에서 58쪽을 넘어가면서 읽고 있는데 연결이 안된다. 그때 왼쪽 옆에 자그마한 글씨로 "앞 문단과 이 문단 사이에서 구나 절, 또는 문장이 빠진 듯하다.-편집자"라고 씌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가 쓰긴 썼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책이라 그런가? 아니면 그런 편견을 갖고 보아서 그런 것일까? 책 전체가 약간은 거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의 빈자리가 심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