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률사무소 김앤장: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

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ㅣ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대부분의 사람들이 권력의 끝자락을 잡아 보기는 커녕 구경해 볼 일도 없다. 세상 물정을 아는 사람이 만약에 그 권력의 끝자락을 잡을 기회가 생긴다면 조금이라도 그 상황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누군가가 약간의 말만 도와주거나 적절한 때에 손을 들어주기만 해도 앞으로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 안되던 일을 <김앤장>에서는 비싼 수임료를 받기는 하였지만 어렵지 않게 해결하는 것을 본적이있어서 그런가. 권력의 끝자락이 너풀거리는 것을 잡아 볼 수 없는 내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니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변호사 조직이 펼쳐 놓은 환타지 세계는 마법사들이 쳐 놓은 장막처럼 들어갈 수도 없을 뿐더러, 들여다 볼 수도 없단다. 놀랍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렇게 촘촘하게 얽혀 있는 인맥을 뚫고 어느 누가 싸워나 보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만 저자 두분이 밝혀내고 끄접어 내고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나는 순진하게도 변호사는 변호만 한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법이라는 것이 돈 되는 곳이라면 안닿는 곳이 없다. 모든 행정이 법과 연결되어 있고 돈이 옮겨 가는 일도 법과 연결되어 있다. 그 끝줄을 잡고 움직이는 높은 분들도 법물을 드신 분들이고, 그분들이 고문으로 간 김앤장은 당연히 힘을 쓸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힘이 빠진다. 

제법 큰 사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앤장>은 이 책에서 지적한대로라면, 국내 현행법 상 있을 수도 없는 초대형 로펌이면서도 법 위에 있는 법률사무소인지라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며, 여러가지 탈법을 일삼는 것이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건드릴 수 없고, 자신들에게 적용되는 법률에 조언을 하는 말도 안되는 짓을 해도 받아들여지고(또는, 공무원들의 요청에 의해서 하기도 하고), 팀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사건에 대해 양쪽 전부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을 읽고 있자니, 또 힘이 빠진다. 

'이렇게 불법적인 법률조직이 있나'라며 화를 내어보지만, 나도 공부를 정말 잘해서 김앤장 같은 곳에 들어갈 기회가 있다면, 꼬리치고 달려가 돈이나 많이 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또 힘빠진다. 읽으면서는 주먹 불끈 쥐어보았지만, 책을 덮고나니 한숨만 난다. 책은 힘빠지는 내용이지만 재밌게 잘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