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 천 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 키워드 한국문화 1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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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 <세한도>를 보는 눈이 생기질 않았다. 책한권을 다 읽으면서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보려고 노력했으나, 나는 옛사람이 아니고 지금은 옛날이 아닌데다가 옛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낯설었다. 어설프고 거칠어 보이는 붓질은 다 쓴 싸인펜으로 슥슥 문대가며 그어 놓은 듯해서 계속 보아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실제 크기로 상상하면 조금 다를까 싶어 23.3m ×108.3m의 실제 크기를 자로 대충 만들어 놓고 그 속에 그림을 넣어 상상해보아도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 그림이 주는 쓸쓸함은 알 것 같다. 귀양살이 중 듣게 된 벗과 부인의 부고는 얼마나 사무쳤을 것이며,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 이들의 소식이 뜸해지는 와중에 이상적의 한결 같은 마음은 오죽 고마웠을까. 그 고마운 마음과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세한도>를 이상적에게 보내고, 이상적은 그 <세한도>를 들고 연행을 떠나 문인들에게 제영을 받아 온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서로가 서로를 높이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이 정도의 감동과 문인화의 정수라는 <세한도>를 보며 어렴풋이 이 쓸쓸함을 느끼기라도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듯 하다. 아직 글씨나 그림 보는 눈이 트이기에는 멀었다 싶다. 

책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했던 것 보다 어렵지 않아서 읽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옛기록이라, 요즘 사람들이 읽기 편한 글로 옮겨적고 풀이한 저자께 감사할 따름이다. 책 안에 [키워드 속 키워드]을 읽으면서 몇가지 의문들이 시원하게 풀렸다. "호"와 "자"를 풀이한 장은 큰 도움이 되었다. 늘 의문이었던 옛책 안에 덕지덕지 찍혀 있던 도장들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된 듯도 하다. 책도장은 있으니, 나만의 인장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세한도>를 보는 눈이 생겼다 싶을 때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기억해 두련다. 

영인본이라는 단어는, 들어봤으나 뜻은 몰랐다. 영인본은 원본을 사진이나 기타 과학적 방법으로 복제한 책. 이를 위하여 요즘에는 망목판(사진동판) ·오프셋판 ·철판() 등을 사용하지만, 가장 충실한 영인본은 콜로타이프 인쇄본이다.
중국에서는 영인본 인쇄를 위하여 사진석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은 석비()의 비문 등을 유묵()으로 박아낸 탁본()의 전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석판에 의한 영인본을 중국에서는 석인본()이라고 하며,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석판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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