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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지음 / 월간미술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은 저자가 <동아일보>와 잡지 <북새통>에 연재했던 27편의 글을 모은 책으로 저자 사후에 저자의 유고간행위원회에서 펴낸 책이다. [그림 속에 노닐다]와 [한국의 美 특강]을 읽은 후에 읽게 된 이 책은 가벼우면서도 편안하고, 흥겨웠다.
더욱 상세한 설명이 있는 [한국의 美 특강]을 읽었기에 몇몇 그림에 대한 부분은 조금 싱겁게 읽고 지나갔다. 하지만, 장승업의 <호취도>는 페이지를 펴자마자 쨍한 느낌에 심장이 조여드는 듯 했다. 이 놀랍도록 화려한 그림은 도대체 뭔가! 이 놀라움이 스탕달 신드롬일까라는 생각도 해봤다(알았으면 써먹어야지. ^^). 영화 [취화선] 중 장승업이 술에 취해 튀어나올 듯, 생동감 있는 원숭이 그림을 그려내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요 몇일 우리 그림을 가까이 했다고 약간이라도 눈이 트인 것일까? 그림이 화면 밖으로 환하게 올라온다. 그뿐인가? 강세황의 <영통동구도>에서 화면 중앙에 떡하니 떡같은 돌들이 차지하고 있다. 수북하게 쌓아 놓은 콩고물 같은 산 속에 큼지막하게 막 썰은 찹쌀떡을 뿌려 놓은 듯 돌들이 박혀 있다. 그 돌들은 묵직하게 그려져 있으나 손대면 풍선 처럼 떠오를 듯 생동감 있어 보인다. 그 사이 길을 가는 통통한 선비의 모습은 귀엽다 못해 깜찍하다. 우리 그림 중에 이렇게 재미난 그림도 있었나? 그리고 정선의 <통천문암도>는 또 어떤가! 파도가 일렁이다 못해 하늘까지 일렁인다. 앞서가는 선비는 고개를 돌려 일렁이는 파도를 본다. 두려움일까?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일까? 131cm 길이의 원본을 꼭 한번 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이다. 정선의 다른 그림 <만폭동도>는 산과 나무들이 일렁인다. 뛰는 듯 활발하다. 저자의 말처럼 음악같았다.
이 책에서는 겸재 정선과 오원 장승업의 그림을 발견하고 그 그림을 찾아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아무래도 신문연재인 까닭에 원고지 7매를 넘지 않는 글은 짧으면서 매력적이지만, 이미 긴 글을 읽은 상태에서는 약간 부족한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정희의 <세한도>를 보는 눈은 안생긴다. 언제즈음 그 그림을 보면서 감탄하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