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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노닐다 - 오주석의 독화수필
오주석 지음, 오주석 선생 유고간행위원회 엮음 / 솔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친구가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하는 것을 봤었다. 나는 읽을 책들도 있고해서 잠깐 미뤄두었다가 구입해야지 했다가, 책의 제목과 저자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문득 생각나서 구입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친구와도 사이도 멀어져서 구구절절 설명하며 책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책과 연이 닿으면 읽을 수 있겠지 채념하고 있었는데, 우리 그림에 관한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표지만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자가 지병으로 떠나며 남긴 유작이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노인이 쓴 글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건만, 표지 안쪽을 보니 젊은 사람이었다. 왼쪽 가슴 안쪽이 저릿했다.
한동안 일본의 우키요에와 일본미술에 관련된 글을 읽고나니, 우리 미술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우리 그림에 대해 접근을 하자니 어떤 책부터 접해야할지도 막막했다. "우리"라는 말을 붙여쓰면서도 참으로 생경한게 우리 그림이다 싶었다. 책은 생각했던 미술사에 관한 책이 아니라, 수필이었다. 수필에다가 유고집이면 아주 말랑말랑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 이재 초상>과 <이채 초상>의 도판을 나란하게 두고, 지금은 다른 인물로 되어 있는 그림이 알고 보면 한 인물임을 밝히는 내용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글은, 근거를 두고 밝혀가며 다시보고 바로보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흥미진진했다. <모계영자도>를 두고 양계장을 했던 이가 해주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그림을 살펴본 후 시선을 바꾼 이야기와 <월하정인도>의 달모양을 보고 단호하게 지적한 독자의 말에 다시 그림을 살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참으로 많은 것들이 그림에 설명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있기에 보다 넓은 눈으로 깊이 보는 차분함까지 갖고 있는 저자의 눈을 따라가며 그림을 읽으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수필인 까닭에 많은 그림을 다루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 그림 읽기의 시작점에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했다.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1/3이 추모글인 이 책을 읽고나니 마음이 차분하게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