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르만 헤세 저/전영애 역 | 민음사 | 239쪽 | 327g | 132*225mm | 2000년 12월 20일 | 정가 : 8,000원


엄마가 책장사에게 구입한 전집에 데미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권에 달하는 전집이 차례대로 꽂혀 있는 책장을 누워서 바라보며 제목을 읽고 있자면 참으로 낯익었다. 몇년을 그렇게 꽂혀 있던 책들은 읽지 않은 채로 치워졌지만, 나는 아직도 그 책들을 읽었다고 착각한다. 그 세로 줄에 오늘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한문이 많았던 그 전집을 말이다.

[데미안]을 읽으며, 세월의 흐름 속에 있는 나를 뒤돌아 봤다. 그리고 데미안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이 완전하면서 불경스러운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게도 데미안이 있었다면이라는 욕심과 안타까움이 마음에 차 올랐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P.123 

문득 생각했다. 지금도 머리가 띵한 느낌으로 읽었는데, 이 책이 과연 청소년 필독서가 맞을까? 물론, 무슨 책이든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 내가 어린왕자를 두고두고 계속 읽을 때 마다 다른 느낌으로 읽는 것 처럼 데미안도 그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읽히지 않을까 싶다. 좀더 일찍 만나지 못한게 안타깝다. 생각이 충돌하며 많은 이야기가 머리 속에 차 오르는데, 글로 표현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몇번 더 읽은 후에 리뷰를 보충해야겠다.

P.167
나 자신도 말하는 바로 그 순간에 번개같이, 내가 그에게로 쏘아버렸고, 그의 심장을 맞춘 화살이 그 자신의 무기고에서 꺼낸 것이었음을 수치와 충격으로 느꼈다. 그가 냉소적 음색으로 이따금씩 내뱉던 자기 비난의 어휘들을, 이제 악랄하게도 내가 그에게 한껏 극단화된 형태로 던졌던 것이다. 

P.168
「자네가 옳아」 조금 뜸을 들인 다음 그는 천천히 계속했다. 「한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맞서 옳을 수 있는 바로 그만큼 말일세」

P.169
그의 이상에서는 <골동품 냄새가 났다>. 그는 과거를 향한 구도자였다. 그는 낭만주의자였다. 그리고 갑자기 나는 깊이 느끼게 되었다. 피스토리우스는, 그가 나에게 준 것을 그 자신에게는 줄 수 없었으며 내 눈에 비쳤던 그의 모습도 그의 실체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는 길잡이인 자신도 넘어서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길로 나를 인도했던 것이다.

그가 나의 말을 운명으로 인정함으로써 그는 내가 나 스스로를 미워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나의 경솔함을 천배 더 크게 만들었다. 때리려 달려들었을 때 나는 방어력 있는 강한 사람을 쳤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맞은 사람은 인고하는 고요한 인간, 말없이 항목하는 무방비한 사람이었다.


덧붙여, 장성한 아들을 두고도 매력있을 수 있는 애바 부인이 몹시 부러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