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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좋다
나카자와 신이치 외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가오이 하야오,나카자와 신이치 저/김옥희 역| 동아시아| 264쪽| 487g| 2007년05월15일| 정가:12,000원
'대담집이 이렇게 재밌었던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읽은 책이다. 책 내용이 쉽지는 않았다. 아니, 어려웠다. 철학과 지식 그리고 종교의 깊은 문제들은 끊임없이 나를 멍하게 만들었고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과 많은 이론들은 머리를 실핀으로 콕콕 찌르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대담집은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톡톡튀는 유머들은 어려운 내용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단번에 현실로 끌어 올려주었다.
기독교와 불교 그리고 이슬람교에 대한 이야기와 종교 전반의 역사와 심리학을 어우르고, 과학도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스치고 지나가는데도, 대화가 펼쳐지는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은 커녕 두 노인네 마주앉아 만담을 펼치는 듯 한가로왔다. 결국 '마음'을 이야기하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물 만난 고기의 느낌 같다고나 할까? koogi님 말씀대로 지성이란 이런 것인가보다. 물 만난 고기.
상당한 내공이 있어야 끝까지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을 듯 싶지만, 내공이 없는 나도 간간히 빵빵 터지게 웃어가며 읽었다. 뭐, 그 나머지 부분은 잘 모르는게 태반이지만, 앞으로 10년 이내에 이 책을 다시 읽고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알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20년 이내에는 이정도까지는 못되더라도 나름의 지식을 갖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탄하면서도 별을 반개를 뺀 이유는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다. ㅡㅡ;
덧붙여, 석존과 제자의 섹스 문답집을 읽으며, 몹시 민망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놀랍고 재밌었다. *^_^*
2010년 2월 22일 18시 30분 즈음, 바이올린 레슨이 있어 바이올린을 등에 매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왠 노인네가 바이올린 케이스를 툭 치더니만, 내가 들고 있던 이 책을 삿대질하며, '뭐 그딴 걸 읽느냐'고 했다. 제대로 들었나 싶어, '네?'라고 반문했으나 그 노인네는 못볼 것을 봤다는 듯 위아래로 훑어보며 불쾌감을 드러내더니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찬송가를 부르며 아주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버렸다. 너무 어이없어 대응할 수가 없었다. 내 주변에 걸어가던 사람들도 잠시 뜨악했다. 잠시 후, 정신이 돌아오자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감에 속이 다 미식거렸다. 쫓아가서 한마디 할까 하다가 댓거리해서 뭐하나 싶어 참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성실하게 신앙생활하는 주변의 착한 개신교인들(특히, 냐옹이. ^^)을 잡아다가 박해를 하고 싶은 막되먹은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 잘되라고 해주는 그들의 기도 때문인지 잠시 후, 마음이 유하게 누그러졌다.
정말 궁금하다. 특정 개신교인에게서 나오는 이런 미친 공격성은 도대체 뭘까?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 10대 중반까지 놀아도 성당 마당에서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열혈(?) 천주쟁이로 살았던 나는 타 종교를 공격하라는 교리는 들은 적이 없다. 개신교와 천주교가 믿는 하느님과 예수님은 같은 양반들 아닌가? 특성 개신교인들과의 불쾌한 경험들이 쌓여만 간다. 이유가 뭘까? 재작년말 즈음에 어떤 목사님과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한 대화를 나눠봤지만, 안타까움 이상의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말았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이라는 이야기 속에서 많은 오해와 욕심으로 생겨난 나쁜 모양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평온하게 책읽다가 당하는 이런 종류의 공격은 정말 어이없었다. 조만간, '내가 왜 개신교를 싫어하게 되었가'에 대한 독서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게 개신교의 문제인지 한국 교회의 문제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알고싶다.
험한 꼴을 당한 터라, 제목이 큼지막하게 찍혀 있는 표지를 종이로 싸서 들고 다닐까 하다가 더 이상은 이상한 일이 안생기겠지 싶어 그냥 들고 다녔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나름대로의 착한 마음을 먹고 이해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성경을 펼쳐보며 사방을 두리번 거리던 젊은 여성에게 '책 한번 내 얼굴한번' 쳐다보는 불쾌한 눈빛을 받고나니 다잡았던 마음이 흔들렸다. 불쾌하지만 일단 참고 살포시 눈을 치켜뜨며, 눈빛에 '눈 깔아'를 쏘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