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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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저 | 문학동네 | 292쪽 | 402g | 148*210mm | 2010년 02월 18일 | 정가 : 10,000원


천명관이다. [고래]의 강렬했던 느낌이 남아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써놓은 [고래]의 리뷰를 찾아보니, 뭘 느꼈는지 알수 없게 엉성하다. 지금 생각에는 강렬한 느낌인데 그때는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던가? 조만간 다시 읽고 새로운 느낌을 리뷰하나 얹어 놓아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메모식 리뷰라도 신경써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된다.

[고령화 가족]은 진짜 고령화 가족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많으면 나이 값을 하게 마련인데, 도대체 이놈의 집구석엔 멀쩡하게 나이 값을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열심히 살았으나 열심히에 비해서 턱없이 살기가 팍팍했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하면서 남긴 보험금으로 구입한 빌라에 엄마가 살고 있다. 그 엄마에게 쉰 두살에 120kg, 폭력과 강간, 사기와 절도로 얼룩진 전과 5범의 번태성욕자인 장남 오한모가 얹혀살고 있고, 실패한 영화감독 나(오인모)까지 밥 숟가락을 얹으려는 참이다. 나는 영화찍다가 있는 것 없는 것을 홀랑 말아먹으며 마누라, 친구, 선후배, 집안 세간을 다 팔아먹고 이제는 등 비빌 곳 없어 엄마의 빌라에 닭죽 먹으러 들어왔다가 눌러 앉는다. 오한모와의 육탄전 끝에 쟁취한 잠깐의 평화를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니, 바람피다 딱 걸린 동생 오미연과 피행소녀 조카 장민경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한 공간에서 오그작오그작 살면서 가족끼리의 주먹다짐, 담배 핀 조카에게 '삥' 뜯기, 가족의 팬티로 자위를 즐기는 등 가족인가 싶은 상황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더구나, 이 집의 중년의 남매는 하나 같은 부모를 갖고 있지 않은 복잡한 사정이 얹어진다. '가족막장 드라마'를 제대로 보여준 후, 느닷없이 범죄영화 한편을 찍고서야 나름대로(?)의 따뜻한 가족애와 러브스토리로 마무리 한다. 정신없이 한 호흡에 읽게되는 재미난 소설이다.

겉보기는 그렇지만, 이 가족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애초부터 따뜻한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도 그 옛날에 사라져야 할 가족이었다. 그 인간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묘한 경험을 하게된다. 막장 끝에 알게 되는 교훈이랄까? 천명관의 다음번 소설도 기대해 보련다!

그녀는 한마디로 기내식 같은 여자였다. 별로 당기지는 않는데 안먹으면 왠지 손해일 것 같고, 그래서 억지로 먹기는 먹되 막상 먹으려고 보니 뭔가 복잡하고 용색하기만 하고, 까다로운 종이 접기를 하듯 조심스럽게 겨우 먹고 나면 뭘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고, 식후에 구정물 같은 커피를 미사다보면 뭔가 속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갖출 건 다 갖춘 것 같은데 왠지 허전하고, 결국 포장지만 한 보따리 나오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엔 언제나 '안전벨트를 메주시겠습니까, 손님'이라고 쓰여 있었다. P_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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