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도서관 책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 빌릴까 하다가 살짝 펼쳐본 부분이 구토를 유발했던 까닭에 그냥 꽂아 두고 나왔었다. 그러다 최근 어떤 블로그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본 후, 도서관에 책 예약까지 걸며 기다렸다 봤다. 퇴근 길 나름대로 우아하게 만화 책을 펴고 읽던 중 『빛나라! 술주정뱅이들의 게걸스러운 행위 예술 대상 베스트 5』페이지에서 도저히 이 만화가 대중교통용이 아님을 깨달았다. 뭐냐, 이 만화. 

보는 내내 기가 막히고 웃겼다.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 20대 초 한창 몸 좋을 때 구토의 단계까지 운운했던 옛일을 생각하자니, 추억이 방울방울 터지는 듯 했다. 숙취와 끊어진 정신으로 내게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없어야 할 것이 발견되는 아침의 상황을 상상해 보니, 마음이 쓰리고 아프며 숙취에 허우적거리는 이들의 등이라도 두들겨 줘야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각되지 않으면 그리 놀 수도 없는 일. 쏟아낸 에너지 만큼 스트레스가 날아갔다면 다행일테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한다. 하지만, 만취 후 남은 뒷수습에 대한 저자의 쿨한 반응은 놀랍다. 그 때문에 이 만화가 재밌지 않나 싶다. 아무리 날뛴다해도 이 만화의 기준에서 본다면 나는 아주 얌전한 애주가임을 새삼 확인했다.

이들이 [찰리와 초코릿 공장]의 움파룸파가 추는 춤을 따라추는 장면은.. 웃겨서 눈물이 아니 날 수가 없었다. 니들이 사람이냐. ㅡㅡ; 만화를 다 읽은 후에 오는 약간의 갈증을 맥주 한캔으로 마무리 하며, 책을 덮었다. 아무리 구토하고, 구토하다가 위액 토하고, 위액 토하다가 피를 토하고, 결국 혈뇨까지 보고나더라도 절대로 술을 끊겠다는 말이 없는 이 경쾌한 만화를 필름이 자주 끊기는 애주가들에게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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