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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코리건 -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크리스 웨어 지음, 박중서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7월
평점 :
크리스 웨어 글,그림/박중서 역 | 세미콜론 | 1154g | 2009년 07월 13일 | 정가 : 33,000원
책을 받아들고 양장으로 된 이 두꺼운 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갈피 끈도 없고 페이지 번호도 없다. 그러면서 책 표지에 있는 설명들은 읽기 전부터 기를 죽여 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가 도대체 누굴까라는 의문을 품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서른 여섯의 소심한 주인공이 있을 뿐이고, 그 주인공 앞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버지가 나타나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할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증조할아버지)로 올라가면서 이야기가 중첩되어 보여진다. 비슷하게 생긴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르면서도 어딘가 꼭 빼 닮았다. 엄마의 끊임 없는 전화에 시달리는 주인공, 아들 몰아세우는 솜씨가 대단하신 어머니에게 시달려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뭔가가 부족한 것인지 주인공은 터무니 없이 소심하고 공상과 꿈으로만 욕구를 채운다. 그런 주인공에게 느닷없이 아버지의 소식이 날아들고 당황한 주인공은 어쩌다보니 추수감사절 휴가에 아버지를 찾아가게 된다. 아버지와의 만남 중에 그 사실을 엄마에게 숨기느라 끊임없는 전화를 하며 심적인 괴로움을 겪지만 누구에게 터 놓지도 못한다. 서먹한 아버지와 더 서먹한데다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는 할아버지까지 합세하고, 덧붙여 알고보면 진짜(!) 혈연인 동생도 만나게 된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그런 아버지(들!)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 만화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읽어보라는 말 밖에 못하겠다.
만화를 읽다가, 이야기가 시공간을 마구잡이로 넘나드는데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있다면 좀 더 쉽게 읽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만화의 심리묘사는 정말 기가막히다. 주인공의 상상과 그 관계도는 한 눈에 알수 있어 놀랍다. 긴 설명이 뭐가 필요한가라는 말을 하는 듯 싶기도 하다.
줄거리를 정리하자면 그리 길지 않을 듯한 이 만화가 이정도 분량의 만화로 탄생된 건 주인공의 그 산만한 생각들을 책장에 옮겨놓은 작가의 솜씨가 아닐까 한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보면 알 수 있는 이 만화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머리아프기 싫은 사람은 읽지 말길 바란다.
덧붙임.
중간중간에 있는 공작 숙제들은 정말 뜯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도대체 오릴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을 발견하고 실망했다. 중간중간 광고는 뭔가 싶고 왜 이리 사람을 정신사납게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것들이 매력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덧붙임.
책을 읽기 전에 시험을 보는데, "(b) 여자"라면 책을 덮으라는 말이 있었으나 끝까지 읽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