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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든 생각
'이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뭔지...'
일곱번째날 사랑을 완성하는 이 이야기는 영 안읽혔다. 유리잔을 깨는 장면이 감명 깊었다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유리잔 깨는 장면 만을 기다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느닷없는 초대에 이어진 광년이 같은 여자와의 접촉, 그리고 이어지는 돌발적인 여행, 그리고 사랑고백과 갈등, 기적과 신념과 사랑과 일상의 격돌.
유리잔을 깨는 의도적인 일탈을 경험해본 사람에게 이 소설이 과연 얼마나 큰 감격을 줄지 모르겠다. 내가 이 소설에서 읽어낸 사랑은 저자가 깊고 큰 사랑이라 말한다고 해도 즉흥적이다 싶다. 소설 속 그에게는 오래 전에 시작된 사랑이고 사랑의 말을 건내기 위해 내야했던 많은 용기들이 여주인공에게는 단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속전속결로 주어졌다. 길에서 이루어지는 이 사랑의 여정이 자신을 버리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며 스스로를 깨고 나아가 더 큰 것을 얻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재미는 없다.
책을 읽으면서, 사랑과는 상관없는 내 어린시절 한 장면이 생각났다. 천주교를 믿는 우리집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있고, 성당에도 성모 마리아상이 있어 나에게 성모 마리아는 낯설지 않았다. 어머니라는 이름답게 온화한 표정이고 성모상 주위에는 늘상 꽃이 피어있어 어린 마음을 풀 때 없을 때는 꽤 괜찮은 피난처였다. 정작 믿었던 하느님보다 가깝게 느꼈지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천주교는 마리아라는 여자를 믿는 교회라 이단이니 지옥에나 가라며 나에게 돌을 던졌다. 그 녀석 뒤에는 집사인지 권사인지 지금 내 나이보다 어린 놈이 아이들에게 이단에 대해 설파하며 그 아이들을 충동질하고 있는 터라 공격한번 제대로 못하고 물러나야했었다. 나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었다. 내가 예수쟁이를 싫어하게 된 최초의 경험인데, 신의 여성적인 면을 이야기하는 이 사랑소설을 읽으면서 그 기억이 새록새록 다시 났다. 더불어, 어릴 때 당했던 분함이 뭉게뭉게 올라오며, 오늘 아침 오만한 얼굴로 지하철에서 선교하던 아줌마 얼굴이 기분나쁘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