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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ㅣ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평점 :
그림의 뒷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림을 보고 막막한 느낌이 들때, 누군가가 이 그림의 역사적 배경이나 그 당시의 상황 또는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의도 등을 설명해 준다면 그림 감상은 더 재밌어 질 것이다. 그런데, 그림에 감추어진 무서운 이야기라니.
나로써는 누가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에투알」의 신사가 무슨 의미인지, 신화처럼 포장되어 있는「수태고지」의 대략 난감한 상황이라든지, 「사랑의 우의」에 나오는 배경의 인물들의 의미와 주인공의 관계 등을 알 수가 없다. 인물간의 관계에 따른 배치와 알고보면 치열한 상황이라는 것들, 상황에 따라 조금은 과장되게 그려지는 그림들.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생각해 본다면, 정말 충격적일 수 있는 그림들의 이야기를 한가하게 듣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특히나, 「메뒤즈 호의 뗏목」은 정치적 배경과 사람들이 당한 고초를 모르고 본다면 그냥 건장한 남자들이 얼마 전에 난파 당한 것은 아닐까 정도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림이 아닐까한다. 홀로페르네스는 죽고난 후에도 유디트에게 끊임없이 목이 끊기고 있는 것도 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분명 재밌지만, 내가 생각하는 무서운 수준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몇가지를 빼고는 섬뜩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조금은 과장된 제목이 아닌가 생각했다. 책을 덮으며, 주말에 책장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삼성출판사의 [세계의 명화]라는 책을 꺼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창 그림으로 엄마의 기대를 부풀게 만들었을 1983년에 거금 12만원을 주고 구입했던 책인데, 그 당시에는 꽤 신경써서 만든 책인지 변하지도 않고 간간히 꺼내보면 멀쩡하다.
책은 잘도 읽힌다. 그림과 부연설명이 잘도 맞아 떨어지고 필요에 따라서는 추가 그림도 함께 편집되어 있어 짧은 지식을 갖고 있음에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드가의 「에투알」 / 틴토레토의 「수태고지」/ 뭉크의 「사춘기」 / 크노프의 「버려진 거리」/ 브론치노의 「사랑의 우의」 / 브뢰겔의 「교수대 위의 까치」/ 르동의 「키클롭스」/ 보티첼리의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이야기」 / 고야의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홀바인의 「헨리 8세의 초상」 / 베이컨의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 초상’에서 출발한 습작」/ 호가스의 「그레이엄 집안의 아이들」 / 다비드의 「마리 앙투아네트 최후의 초상」 /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 조르조네의 「노파의 초상」/ 레핀의 「1581년 11월 16일,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코레조의 「가니메데스의 유괴」 / 제리코의 「메뒤즈 호의 뗏목」 / 라 투르의 「사기꾼」 (진한색 표시는 본적이 있는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