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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 케냐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맨얼굴, 그리고 몹쓸 웃음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김소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자마자 첫 느낌은 '왠 시집?'이었다. 얇고 작은 사이즈의 빨간 책은 몹시 가벼웠고, 그 책 안에 있는 글씨 또한 큼지막한데다가 행간에 줄까지 있다. 고로, 글씨가 별로 없다. 덧붙여, 이 책의 빌 브라이슨은 전작에서 보던 그 발랄한 빌 브라이슨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나름대로 진지(?)한 모습에 살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물론 천성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저자의 나름의 귀여운 미소가 담긴 사진이 부록으로 들어있으니 그 진지(?)함에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빌 브라이슨이 아프리카로 날아갔다. 놀러갔으려니 했는데 국제 구호단체 CARE로부터 케냐를 방문하고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정글짐]이라는 엉터리 시리즈물과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전부인 빌 브라이슨에게는 마냥 낭만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닥친 아프리카의 현실은 생각과 다르고 생명을 앗아갈만한 질병과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교통 수단과 강도의 습격이 예상되는 상황들을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필체로 술술 쓰여진다. 그런 악조건에 처해 있을 빌 브라이슨을 생각만 해도 유쾌한 이유는 뭘까?
주민의 5분의 1, 아니 어쩌면 절반이 에이즈 보균자 일지도 모른 키베라는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단다. 케냐 정부는 뻔하게 알고 있으면서 이 곳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단다. 만약, 키베라를 인정하고 개발한다면 시골사람들이 밀물 처럼 몰려들 것이 걱정이란다. 그렇다고 케냐에 이런 빈민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케냐 국립박물관과 게디 유적은 짧은 글 속에서도 너무나 멋지게 빛났다. 독일인의 시계를 강탈하려고 현지인이 팔을 잘랐다고 소문(진짜 소문, 우리나라 중국여행 괴소문과 비슷)난 와타무 휴양지의 묘사도 삭막한 케냐의 이야기 속에 있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요상한 도시 아닌 도시인 난민 수용소에는 생명을 다투는 시급한 문제는 없지만, 미래가 없다. 그냥 수용할 뿐이다. 그렇다고 난민 수용소의 환경을 개선해 바깥세상보다 좋다는 평판이 날 정도로 만들어서도 안된다. 구호 약정서의 기본 조항에 그렇게 되어 있단다. 화가 버럭 났지만, 생각해보니 수용소가 너무 좋으면 모두 다 난민되겠다고 나설수도 있다는 말에도 절대 동감이다. 하지만, 난민 수용소에 있는 아이들의 운명은 뭔가? 갑갑하다. 케냐의 경제상황은 전체적으로 아주 어두우나 CARE의 활동 중에 하나인 '웨드코'라는 대출업체가 시장경제에 힘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여성에게만 대출을 해주는 바람에 저자의 미움을 살짝 산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남성에게 대출할 경우에 책임지지 않고 튀어버리거나, 술과 도박으로 낭비하지 않을까라는 염려 때문에 여성에게만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혼자서 생각해 봤다. 대출받은 여성들은 훌륭하게 장사를 해서 가계를 꾸려가는 모습과 CARE를 통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데 성공한 멋진 농부 윌리엄 굼보의 환한 웃음을 보며 내가 도운 것도 아닌데 뿌듯했다. 의존하던 마을사람들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고 관리하도록 한 공동우물도 아름답게 빛났다. 척박하더라도 살 수 있는 희망만 쥐어준다면 자립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는게 사람아닌가! 가난한 가운데서도 꿈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돕는 CARE의 활동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한동안 인권, 기아, 전쟁에 관한 책을 줄창 읽었던 적이 있다. 읽기에 참으로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았다. 사람이 사람을 터무니 없이 작게 느끼도록 만드는 어마어마한 사건들에 기가 눌렸고 그들이 사용하는 말도 나름대로 거칠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필체에 가려 그 충격은 많이 완화된다. 죄책감을 갖지 않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아닐까 한다. 잠재적으로 누군가를 돕게 될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구호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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