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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이야기 그림
최호철 지음 / 거북이북스 / 2008년 2월
평점 :
구두 고치러 가는 길에 같은 건물에 있는 디자인 도서관에 책 몇권을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다른 책을 찾고 있었는데, "을지로순환선"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갔던 길을 돌아 책을 집어 들고 몇장 펼쳐 봤다가 찾던 책은 안빌리고 이 책을 빌려왔다.
을지로 순환선을 그렸으리라 생각하면서 보고 있는데, 전혀 다른 동네가 나온다. 이 동네가 을지로 순환선 위에 있었던가 생각하다가 살펴보니, 저자의 여러가지 작품 중에 "을지로순환선"이라는 작품을 제목으로 쓴 것이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놀랄만큼 꽉찬 화면에 수 많은 인물들의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며 그려져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있기에 자칫 복잡하고 난잡할 수 있는 화면이 알차게 꽉 차 있다. 광각렌즈로 본 듯이 화면을 구성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다 따뜻해진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그렸지만, 도시의 화려한 부분 보다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프고 피곤한 모습을 잘 표현되어 있다. 서울에 살면서도 이 책을 보면서 서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맞아! 나도 지하철에서 이런 사람들을 본적이 있어!'라든가, '나도 이렇지!'라며 보고 있자니 이 만화 같은 책이, 만화라고 하기에는 뭐랄까 복잡한 많은 것들이 있는데, 내 짧은 실력으로는 말로 풀어내기가 벅차다. '와우산'은 동네 약도를 스케치하다가 발전시킨 작품이라는데, 온 동네가 다 들어가다 못해 서울이 몽창 들어가 있다. 물론 내가 사는 상계동은 안 보이는 듯 하지만 말이다.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와 사랑스럽게 함께 있는 아이의 모습이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작게 표현된 사람들도 어설프게 대충 그려진게 아니라 표정들과 감정이 얼굴과 몸에서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120여권이나 그렸다는 연습용 스케치북에서 나온 저력이려나?
책은 무게가 좀 나간다. 600g이 넘어가는 책은 들고다니면서 읽기는 무리가 있다. 더불어 양장이고 크기도 조금은 큰 터라 집에 두고 봐야하는 책이다. 설핏 읽기에는 오랜시간이 걸리는 책은 아니지만, 들여다 보고 있자면 왠지 시간이 걸린다. 빌려 읽었지만, 장바구니에 안담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몇몇 작품은 지나치게 해상도가 떨어진다. 의도된 흐림이려나? 그러기에는 좀 거슬린다. 그래서 별 반 개는 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