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본] 박사가 사랑한 수식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누군가에게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영화가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책도 훌륭하다고 한번 읽어보라고 권유를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마 했지만, 미루다가 할인율이 커진 얼마 전에야 구입하게 되었고 생각할 것이 많아 머리 아픈 오늘 같은 날, 작은 사이즈와 가벼운 두께 때문에 무심코 들게 되었는데 읽다보니 멈출수가 없었다. 

"박사"는 정말 수학박사이면서, 사고로 그의 기억은 딱 80분 뿐이다. 매일 아침 박사의 집으로 출근하는 "나"는 박사의 집에서 가정부 일을 하고 있으나, 아침마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 시켜야한다. 물론, 박사는 메모를 지님으로써 자신의 기억을 보충한다. 마치, 영화 [메멘토]를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박사의 기억력은 그렇게 스릴 넘치지는 않는다. 아이를 집에 혼자두면 안된다는 박사의 고집으로 "나"의 아들 "루트"가 박사의 집을 드나들면서 세명의 수학과 함께하는 우정이 펼쳐진다. 식탁에서 서재에서 그리고, 가끔은 밖에서 이루어지는 상황과 대화들은, 박사의 기억력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비슷한 느낌의 소설이 아닌가 생각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고 해서, 수학의 수식들이 조금은 골치아프려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첫번째 문제가 나왔을 때, 이미 메모지를 꺼내놓고 수를 계산해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끊임없이 박사의 친절한 이야기에 마음이 열렸다. 박사의 머리에 있는 80분짜리 테이프가 이제는 소용없어진 마지막 파티의 이야기는 가슴을 따끔거리게 만들었고 눈시울을 적셔버렸다. 소설은 무겁지 않고 따뜻하다. 마음이 갑갑하고 삭막할때 읽으면 좋은 소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가와 요코]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졌고, 같은 이름의 영화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상태는 작은 사이즈의 양장 책이다. 그런데 이 책도 책갈피 끈이 없다. 양장책의 미덕인 책갈피 끈은 어디로 간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