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마을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럽의 책 마을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 호기심으로 책을 받아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흰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조끼를 입은 할아버지가 산처럼 쌓인 책을 정리하고 쿰쿰한 먼지 속에 오래된 이야기가 술술 튀어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대체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유럽의 책 마을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책마을 이야기 뿐만 아니라 책과 그 책을 쓴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문제는 그 이야기 속에 내가 아는 이름을 도무지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앉아서 남의 동네 사람들의 잘 모르겠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지루함을 느꼈다. 그리고, 한번 읽은 문장을 이해 못해서 몇번을 더 읽은 후에야 그 뜻을 알게되는 일도 반복되었다.

도대체 뭘까? 걷고 싶은 책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야 할텐데 왜 이야기가 잘 읽히지가 않는 걸까?  저자의 움직임에는 왜이렇게 숨이찬 느낌이 드는걸까? 숨찬 발걸음에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가 따라 붙으면서 내 숨도 벅찼다. 짧은 일정으로 돌아다닌 책 마을, 보아야할 것을 다 보지 못해서 마을을 산책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만 하고 온듯한 느낌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길 같아졌다.

내가 유럽을 잘 알거나 유럽의 작가와 화가와 사진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았다면 더욱 재밌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세계적으로 서점이 없어진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우리나라 없어지는 서점도 같이 보여 동감했고, 대부분의 책이 신간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우리동네에도 서점들이 사라졌고 그나마 남아있는 서점도 참고서와 잡지 투성이라 도무지 갈 마음이 들지 않아 발을 끊게 되었다.

이 책,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