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이에스시 -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
<Esc>를 만드는 사람들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덮으며,
인생이 즐겁고 재밌고 흥미로와지려면 먼저 부지런해야하고 머리도 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노는게 이리도 어려울 수가! Esc를 만든다는 이들의 [7인 7색 재미론]은 책의 시작부터 지리한 느낌을 들게했다. 남의 잔치에 밥숟가락 꽂는 기분을 느끼게 한달까? 내가 재밌어야 재밌는 것이지, 남 노는 이야기 강의는 감흥이 크지 않았다. 차라리 책 끝쪽으로 편집하는게 더 옳지 않았을까? 

나의 재미 지수를 체크하는 목록을 살펴보니 왠지 갑갑하다. 이 리스트를 수행하려면 적잖은 교육 수준을 갖춰야하고, 적지 않게 벌어야 하고, 꽤나 부지런 하며, 대도시나 대도시 인근에 살아야한다. 남들도 다 이러고 노나? 언제부터 노는게 이리도 고로와 진걸까? 그 와중에도 그런 저런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살고 있는 나는 뭔가 싶기도 한게 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노는 것도 학습을 해야한단 말이지?! 일상 탈출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일이다. 공항을 사귀는 일이나 항공사진을 찍는 일이나 레지던스를 빌려서 와인 마시면서 노는 파티 같은 것들이 현실에서 그리 쉬울까라는 의문이 든다. DSLR을 사고 노트북을 장만하며 한병에 2-3만원하는 와인을 구입하고 치즈와 갖가지 안주를 갖추며, 세계각국의 향신료와 주방기구들을 구비한 부엌을 가지며 저가 항공으로 세계여행을 꿈꾼다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하다하다 현실의 삶도 피곤한데 [세컨드 라이프]까지 꾸며야한다니, 일상 탈출하다가 일상에 깔려죽게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ㅡㅡ;

분명히 책의 내용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재밌다는 것도 인정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놀이가 있고 다양한 행복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이 책은 틈을 내서 놀아야 하고 바쁘고 나른한 사람들에게가 아니라 어느정도 주머니에 돈도 있고 시간도 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일상탈출의 이색제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정작 삶이 힘들어 Esc를 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꿈도 꾸기 어려운 미션들이 수두룩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사이즈 정확하게 아는게 필요한 속옷 착용법]은 정말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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