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속앓이를 한다. 신경성이라는 이름일 때도 있고 과식과 과음이라는 이름일 때도 있는 속앓이는 너무 자주 있는 일이라 생활에 가깝고 약을 먹는 일도 자연스럽다. 매번 병원을 가고 약을 먹을 때마다 자연치유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요 몇일 이 책을 읽고 내 생활을 살펴보니 직장을 때려치우고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속 앓이는 사라지지 않을 듯 싶다. 이 책의 첫 느낌은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라는 책과 비슷한데, 왠만하면 책을 끝까지 보는 내가 무척 지루해서 덮어 버리고 다시 들여다 보지 않은 터라 살짝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대안 스님의 글은 술술 잘도 읽혔다. 칼자루를 쥐고 계신 대안 스님의 옆에 앉아서 '그거 먹으면 나쁘다', '몸에 좋은거 먹어라'라고 이야기 들으며 스님의 칼이 도마치는 소리를 듣는 기분이랄까? 읽고 있자면 들판에 나가 나물이라도 뜯어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연이어지는 계절 음식의 조리법들은 모르는 산야초임에도 집간장과 잘익은 고추장, 된장, 올리브유 등의 맛을 알아서 그런것인지 식욕을 동하게 했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나를 사랑하는 밥상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스님의 밥상은 꿈만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언젠가는 먹어보리라는 마음으로 위로해본다. 구내식당의 허접밥상과 조미료가 진하게 들어있는 배달음식들, 배고픔에 허겁지겁 먹어댔던 찬밥들을 슬프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