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즐기는 법 - 오늘을 사는 이를 위한 오래된 지혜 땅콩문고
박신영 지음 / 유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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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글을 읽지만, 정작 독서는 못하고 있습니다. 호흡이 조금이라도 긴 책을 읽으면 문장을 읽다가 길을 잃어서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해서 읽다가 포기하게 된 것이 몇 년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잘 읽히면 몹시 즐겁죠. 이 책이 한 호흡에 읽혀 다 읽고 바로 지인들에게 선물했습니다. 나를 비롯해 요즘 독서를 손에서 놓고 있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내가 이 책이 꺼졌던 독서욕에 살짝이라도 불이 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씁니다.

이 책은 역사 즐기는 법에 대한 책이라 저자의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에서 느꼈던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띵'하는 경험이 있을까 싶었는데, 59쪽에 아코뷔스 카피테인이라는 18세기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프리카인 노예 출신으로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고 기독교 선교사가 되었지만, 자신이 받은 교육의 결과로 노예제도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을 가깝게 만들어 아프리카인을 개종시키는데 유익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 주장이 담긴 논문은 노예 상인과 노예를 부리는 농장주들에게 큰 찬사를 받고 노예제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고 합니다.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 많은 사람과 사건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더군요. 나는 제대로 된 책을 읽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좁은 식견으로 넓힐 수 있는 시야도 좁히고 있지 않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사책을 읽는 재미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책의 목차를 펼쳐보았는데, 이 책은 목차만 읽어도 독서법을 다 설명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읽다 보면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은 통하는 것이 있겠죠.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는 꽃길을 비포장도로라고 표현합니다. 그 표현이 참신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역덕인 작가가 사람들이 역사를 즐기라고 쓴 책인지라 꽃길에 대한 유례도 적어두었습니다. 가부키의 무대장치 꽃길은 배우의 통로인데 공연이 끝난 후 배우가 관객에게 꽃을 받는 곳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P.176). 그래서 일본 덕담으로 쓰였던 것이 우리에게도 전해진 모양인데, 문득 그 배우가 꽃길을 걷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비포장도로를 걸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배우의 퇴장조차도 무대인지라 과연 꽃길이 내가 생각하는 꽃길일까 싶기도 합니다. 과정을 쌓아가야 얻을 수 있는 것이 그 길이 아닌가도 생각되었습니다. 쌓어 올려 얻을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꽃길로 설명하지 않았나 싶어서 웃으면서 책을 덮었습니다.

책은 유유 출판사의 시리즈로 얇고 가볍습니다. 가벼운 만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 좋고 구분된 단락을 연결해서 읽을 필요 없이 읽고 싶을 때 한 꼭지씩 읽어도 좋습니다. 역사를 즐기고 싶지만, 어떤 것이든 즐기기까지 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 역사를 즐기기 전에 독서 즐기는 법부터 다가가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역덕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더라도 이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평소에 내가 관심 있었던 분야를 찾아가는 독서방법을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Art of Pop Up]라는 책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팝업북에 관심이 많으니 팝업북의 역사부터 따라가 보려고요. 역사는 변천과 흥망 과정을 기록한 것인데, 그 이야기들이 엮이고 엮여 지금의 상황들과 지금 쓰는 비유들의 원천들을 알게 되면 얼마나 더 재밌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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