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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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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는 강간 피해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며 성폭력의 가해자, 더 나아가 성폭력의 가해자를 양산하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시스템이 성폭력을 낳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을 수치스러움을 느낄 주체로 호명한다.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 정체성 정치에서 목적지향적 정치로 이동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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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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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의 저자 #조리폰 (#JoRippon)은 #국제앰네스티 와 140여 점의 인권・환경 관련 포스터를 선정해 난민/이민자, 여성, 인종, 성정체성 및 지향, 종교와 사상에 따른 억압에 대한 반대, 그리고 전쟁/핵무기에 대한 반대와 기후 정의와 같은 7가지 주제별로 나누어 분류했다.

책을 열면 아니시 카푸어 (Anish Kapoor)의 서문이 즐거운 저항의 포문을 연다.

📝 “정치적 구호, 포스터, 운동, 그룹의 상징을 통해 우리는 단결한다. 개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목소리를 포착하고 때에 따라 한 세대 전체의 목소리를 담기도 한다. 목소리를 담은 이미지는 모두 중요하며, 우리의 영혼에 존재하는 불안을 담고 자유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순응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담는다.”

지난 100여 년 간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 온 투쟁의 목소리가 가득 담긴 책은, 글씨 수는 적을 지언정 결코 가볍지 않았다. 포스터들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과, 포스터에 대한 설명들을 보며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 인터넷창을 열고 검색창과 책을 오가며 포스터 하나 하나를 살피며 읽었기에, 이미지로 주로 이루어진 170페이지 가량의 책이지만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중간중간, 포스터의 내용은 아니나 각 저항 운동을 이끌거나 참여했던 이들의 말들이 함께 담겨있어 각 운동의 격랑을 상상해보게 된다.

그렇게 들여다본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100년 전의 포스터들은 결코 과거나 역사로 치부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지금도 난민/이민자에 대한 차별은 공고하고,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만연하다. 인종에 따른 기회는 불평등하며 어떤 성정체성과 지향은 전통적 종교・가족 규범에 의해 ‘죄’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시스템’은 시스템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것이 개인의 권리임을 지우고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채 개인들 위에 군림한다.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자연법을 딛고 법치라는 미명하에 살고 싶다 외치는 소리를 불법이란 말로 일축한다. 세상의 한 편에서는 계속 전쟁이 벌어지나, 백인들의 전쟁이 아니면 놀라울 일도 아니라는 듯, ‘원래’ 그것이 당연한 양 받아들여지고, 백인들의 전쟁마저도 시간이 지나며 잊혀지기 일쑤이다. 한 쪽에선 성장과 소비를 독려하는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은 물론 동물을, 대지를, 미래의 자원을 탈취해 낭비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 위기 재앙을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이번에도 제일 먼저 이 모든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가장 취약했던 얼굴들이다.

그래서 책 속의 포스터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쏟아지는 광고/포스터들 속에서 잔뜩 낡아 보일 수 있을 포스터들이 오히려 현 시점에 적확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 포스팅을 통해선 몇 점의 작품만 소개할 수 있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신청해 받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일은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다. 내일 만나게 될 새로운, 변주된 <저항의 예술>들이 기대된다.

✊“우리는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우리의 권리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권리는 자유 사회의 기본권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작가와 예술가들이 재능을 발휘하고, 우리 모두는 예술을 통해 웃고 울고 노래하고 즐길 수 있으며 이러한 자유가 훼손된다면 분노할 것이다.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창의적으로 저항하고 조롱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삶의 환희가 탄생한다” - 국제앰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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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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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로 간명하게 살피는 저항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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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시, <거대한 뿌리>의 한 구절을 제목 삼아 지어진 평론집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는 김수영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겨레가 기획하고, 24명의 유수한 연구자와 시인들과 함께 2021년 연재한 평론을 묶어 낸 책이다.

교과서에서 만나게 되는 그의 유작인 <풀>로 가장 잘 알려진 시인이지만,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일성만세”>, <하······ 그림자가 없다>와 같은, 여전히 펄떡이며 질문하는 그의 시들을 좋아해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알게된 이래 만나길 고대했었다. 김수영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가진 매력에 더해 그의 글들을 다시 읽고 현재의 맥락에서 새로 해석하는 24명의 연구자/시인들의 이름은 또 어떻고. 적확하고 다정한 평론을 선보이며 평론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음을 내게 처음 알려준 신형철 평론가부터 나희덕 시인까지. 이 책을 어떻게 지나쳐 갈 수 있을까.

기획과 구성도 훌륭하다. 김수영의 삶과 시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사전에 선정된 26개의 키워드들을 통해 ‘참여시인’의 면모가 주로 알려진 그의 시와 글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촘촘히 도와준다. 그 키워드를 다시 시인의 연대기순으로 배치해, 시대를 살았던 시인 김수영을 속 시끄러운 시대를 살아낸 한 개인으로 먼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책 중간 중간 삽입된 김수영의 맨들맨들한 조약돌 같은 글씨체의 육필 원고나, 흘러가는 글들을 떠내려 가도록 그냥 두지 않겠다는 듯이 빠르게 휘갈겨 써 내려간 듯한 육필 원고의 스캔본들도 흥미롭다.

이 책은 이런 모든 요소들로 김수영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이 책을 덮은 이후 김수영과 그의 글들을 더 알아가보고 싶도록 편집되어 있다.

책의 표지 디자인도 ’참여시인’으로 (보편적으로는) 평면적으로만 알려져 온 김수영이 사실은 다양한 키워드로 해석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담아낸 듯하다. 알 수 없는 기호들을 픽셀 삼아 가장 잘 알려진 김수영의 초상을 표지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으로 디자인 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내가 왜 김수영을 좋아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얻었다. 그의 시에서 나타난 탄식과 비소의 정서를 ‘섹시해서 좋아한다’고만 빈약하게 설명해왔는데, 이 책의 글들을 통해 내가 그를 ‘섹시하게’ 느꼈던 이유는 그가 고민하고 싶지 않아 판단을 먼저 하는 시대 안에서 꾸준히 고민하는 사람이었다는 점 때문이라고 좀 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고민의 뿌리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하는 그의 시를 좋아해왔었다고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시대 남성의 한계일 수도 있으나 그 혐의가 분명한 김수영 시 속의 여혐은 사랑과 거리가 멀지만, 그의 세계를 다 부정하기보다 그의 세계를 딛고 그의 사랑을 넘어 선 사랑을 말하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의 몫으로 남기고 싶다.

날이 뜨거워지는 여름이 온다. 사람을, 사회를, 역사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그래서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길 희망하고 나의 부족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는 날에 이르는 당신에게, 뜨거운 사랑으로 김수영을, 김수영과 만나는 통로로 이 책,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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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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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개월을 백수로 살며 백지의 시간을 즐기면서도 내심 백지로 두면 안될 것 같았던 날들이 떠올라 고른 책이었다. 실제로 택배로 받아 읽기 시작한 <영의 자리>는 그런 감각들을 솔직하고 서늘하게 그려낸다.


살려고, 잘 살려고, 나름대로 늘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일인 분의 몫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0.1 ver, 0.2 ver, 0.3 ver. 정도의 몫만 해내는 것 같은 갑갑함. 이제 최종 버전의 나를 빚어냈다 싶을 때 다시 파일명만 바뀌고 0.1 ver, 0.2 ver을 반복하고 말아 버리는, 설령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런 생각이 자주 드는 날들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0으로 비유하는 허탈함이 영(靈)하고도 닿아, 1인분이 되지 못하고 영의 세계에 너무 오래 남은 나머지 유령이 된 (것 같은) 사람들을 찾는 성실한 매일의 고단함을 그리는 소설이었다.


여름 날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고 에어컨이 켜진 장소로 들어갈 때 오소소 돋는 추위와 같은, 매서운 한 겨울의 추위보다는 사소하대도 결고 쉬이 넘길 수 없는 서늘한 마음들을.


다만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서늘한 마음들을 모아, 0이 가장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 서로를 기대 놓고 00 무한의 가능성을 만들 수도 있지 않냐고 말한다. 표지의 디자인도 0의 빛나는 가능성을 숨기지 않는다.


문득, 약국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기억을 글로 남겼던 다른 0 안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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