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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저항의 예술>의 저자 #조리폰 (#JoRippon)은 #국제앰네스티 와 140여 점의 인권・환경 관련 포스터를 선정해 난민/이민자, 여성, 인종, 성정체성 및 지향, 종교와 사상에 따른 억압에 대한 반대, 그리고 전쟁/핵무기에 대한 반대와 기후 정의와 같은 7가지 주제별로 나누어 분류했다.
책을 열면 아니시 카푸어 (Anish Kapoor)의 서문이 즐거운 저항의 포문을 연다.
📝 “정치적 구호, 포스터, 운동, 그룹의 상징을 통해 우리는 단결한다. 개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목소리를 포착하고 때에 따라 한 세대 전체의 목소리를 담기도 한다. 목소리를 담은 이미지는 모두 중요하며, 우리의 영혼에 존재하는 불안을 담고 자유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순응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담는다.”
지난 100여 년 간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 온 투쟁의 목소리가 가득 담긴 책은, 글씨 수는 적을 지언정 결코 가볍지 않았다. 포스터들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과, 포스터에 대한 설명들을 보며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 인터넷창을 열고 검색창과 책을 오가며 포스터 하나 하나를 살피며 읽었기에, 이미지로 주로 이루어진 170페이지 가량의 책이지만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중간중간, 포스터의 내용은 아니나 각 저항 운동을 이끌거나 참여했던 이들의 말들이 함께 담겨있어 각 운동의 격랑을 상상해보게 된다.
그렇게 들여다본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100년 전의 포스터들은 결코 과거나 역사로 치부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지금도 난민/이민자에 대한 차별은 공고하고,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만연하다. 인종에 따른 기회는 불평등하며 어떤 성정체성과 지향은 전통적 종교・가족 규범에 의해 ‘죄’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시스템’은 시스템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것이 개인의 권리임을 지우고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채 개인들 위에 군림한다.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자연법을 딛고 법치라는 미명하에 살고 싶다 외치는 소리를 불법이란 말로 일축한다. 세상의 한 편에서는 계속 전쟁이 벌어지나, 백인들의 전쟁이 아니면 놀라울 일도 아니라는 듯, ‘원래’ 그것이 당연한 양 받아들여지고, 백인들의 전쟁마저도 시간이 지나며 잊혀지기 일쑤이다. 한 쪽에선 성장과 소비를 독려하는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은 물론 동물을, 대지를, 미래의 자원을 탈취해 낭비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 위기 재앙을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이번에도 제일 먼저 이 모든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가장 취약했던 얼굴들이다.
그래서 책 속의 포스터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쏟아지는 광고/포스터들 속에서 잔뜩 낡아 보일 수 있을 포스터들이 오히려 현 시점에 적확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 포스팅을 통해선 몇 점의 작품만 소개할 수 있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신청해 받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일은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다. 내일 만나게 될 새로운, 변주된 <저항의 예술>들이 기대된다.
✊“우리는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우리의 권리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권리는 자유 사회의 기본권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작가와 예술가들이 재능을 발휘하고, 우리 모두는 예술을 통해 웃고 울고 노래하고 즐길 수 있으며 이러한 자유가 훼손된다면 분노할 것이다.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창의적으로 저항하고 조롱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삶의 환희가 탄생한다” - 국제앰네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