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틀인가 삼촌 집에서 묵었는데, 어느 날 밤 나는 또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삼촌이 적어도 서울 갈 차비는 주시겠지 하는 배짱으로 집에서 가지고 온 돈으로 본 영화는 남진, 문희, 도금봉 주연의 <울고넘는박달재>였다. 남진이 외아들이고, 문희가 남진에게 갓 시집온 새댁인데 어머니가결혼을 한 아들이 아내와 같이 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들에 나가 같이 일하는 꼴도 못 보고, 밤에같이 잠자는 꼴도 못 보고, 사사건건 끼여들 자리 안 끼여들자리 끼여들어 신혼의 단꿈을 깨는 시어머니의 오기가, 그러나 이유 있어 보이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