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주를 부은 냉면 사발을 다 마신 후에도 멀쩡해서 연거푸 두번이나 더 짜배기식을 해야 했다. 마신 뒤 곧바로 혼자서 뒤처리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희한하게도 속은 멀쩡했다. 다행히도 그날은 그렇게 그냥 잠을 청했다. 그 다음날 아침에 무언가 기분 나쁜 냄새와 습기로 덮여있는 듯한 찝찝함이 나를 잠에서 깨게 했다. 그 순간 나는 ‘어억!‘ 하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전날에는 멀쩡했지만 잠을 자면서 그대로속에 든 것들이 모두 바깥으로 새어 나왔던 모양이다. 밤새 나도 모르는 새이불 위에 꾸역꾸역 게워낸 것이다. 자면서 무의식 중에 게운 것도 처음이었거니와 그것도 모른 채 아침까지 계속 잠을 잘 수 있었다는 게 더 웃긴일이었다. 워낙 취해서였을까, 아니면 워낙 둔해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