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학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임에 가면 기생충에 관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질문들이면 좋으련만, 유감스럽게도 별로 그렇지 못한, 터무니없는 질문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보자.
언젠가 천안에 있는 고교 동문들의 모임이 있었다. 처음 나온 분들도 있어서 내 소개를 했더니만 한 명이 대뜸 이런다.
"항문에서 냄새가 나는데 그건 왜 그런 거지?"
이런 질문에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나는 상식선에서 대답했다.
"원래 항문 근처에서는 냄새가 납니다."
사람들이 웃자 그 사람은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묻는다.
"아냐, 난 좀 유난히 냄새가 많이 나서 그래."
역시 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잘 씻으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