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
장준우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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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의 진짜 맛집들에 식도락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게 하는 책. 그저 블로그에 가볍게 끄적인 글들을 책으로 엮은게 아닌가 짐작해 오랫동안 책꽂이에만 두었다가 한가한 휴일 문뜩 집어들고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단숨에 읽었다. '작가의 필력+유럽의 풍광+음식의 향기'가 어울려 매력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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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 박원순 세기의 재판이야기
박원순 지음 / 한겨레신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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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는 내내 희비가 교차했다.인간성에 대한 지독한 회의와 정치적 중상모략에 대한 환멸감이 들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수한 오류로 점철된 역사 안에서 진리를 추구하며 투쟁해온 선지자들의 고달팠던, 그러나 아름다웠던 세상을 향한 몸부림에 온몸이 전율할 만큼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나는 독서를 했다기보다는 역사의 현장 안에서 진리에 목말라하며, 죄수가 되기도 했고, 변호사와 판사가 되기도 했으며 민중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조금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역사 속 인물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싶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목을 축일 포도주를 한잔 건네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미 귀결된 판정을 그저 숨죽인 채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자유, 정의, 진리' 우리가 쉽게 내뱉는 이 값진 말이 구현되기 위한 피와 투쟁의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회오리 치는 시대의 정점에서 오늘 내가 숨쉬는 역사의 현장을 되돌아보자. 독후감이라는 진부한 방식으로나마 나는 지금부터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성찰하며, 내일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딛으려한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위트 섞인 슬픈 단말마에 부쳐...

역사의 흐름은 진보와 발전을 향한 추구만으로 오늘날에 이른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역사를 주름잡았던 실권자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사사로운 원한이나 미움의 감정이 역사의 판도를 뒤바꾸는데 큰 요소가 되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랄 것이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역사의 판도도 바꾸는 그들, 사람 목숨을 얼마나 쉽게 좌지 우지 했던가. 10가지의 재판 판례중에서 지면 관계상 두 가지에 대한 나의 느낌만 간략이 써볼까 한다.

잔 다르크의 재판을 읽으면서는 인간성에 대한 심한 회의가 들었다. 연출된 재판안에서 빛나는 잔다르크의 위대한 인간성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몸은 타 한 줌 재로 사라졌지만 그 넋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으리라.인간 무지의 절대적 소산, 이 땅의 지옥, 소름끼치는 광란의 연주곡, 마녀 재판은 생각만으로 소름끼치는 믿기 힘든 이 땅의 역사였다. 나는 이 광기의 역사를 보면서 울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소름끼치는 역사가 단순한 민중의 미신이나 무지 때문만은 아니라 지배자들의 가톨릭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교묘한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에 나는 정말로 악한 인간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도대체 이성과 휴머니즘은 어디에 팔아 넘겼던 건인가. 눈물겹게 소름끼치는 역사를 읽으며, 인간은 짐승보다 못하다는 고통스런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느끼고 말았다.

독한 회의와 눈물의 환희와 감동의 설레임이 함께한 독서였다.사실 책의 초반부에 인간 군상에 대한 추락하는 신뢰와 높아져가는 불신을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내 미간은 찌푸러질 수 있는대로 찌그러져 있었고, 한 숨은 그칠 줄을 몰랐다. 책 한 장 한 장 넘기는 일이, 마치 인간 과오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는 일인 듯 느껴졌다.하지만 나는 희망을 가진다. 밝을 미래도 본다.양심에 거역함이 없는 토마스 모어, 드래퓌스 재판의 에밀 졸라, 피카르 중령과 케스트네르 상원의원, 클레망소, 로젠버그 부부의 재판의 엠마누엘 블로흐 변호사, 그리고 봉기한 민중들. 그들의 거침없는 목소리와 지탄없는 항의가 계속되는 한 세상에 빛은 꺼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선다. 그들의 아름다운 삶은 부끄러운 오류로 점철된 역사를 덮을 만큼 찬란한 빛을 드리우고 있다.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심을 지키는 자가 그로 인해 법정에 서지 않아도 되고, 여자라는 이유로 마녀로 오인될 위험이 없으며, 지구가 돈다는 진리를 스스럼없이 배울 수 있는 오늘날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러한 역사를 이끌기 위해, 정의를 위해 싸워온 수많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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