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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는 날 ㅣ 물구나무 세상보기
사라 룬드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9월
평점 :
하루 종일 허둥대고, 실수하고, 뭔가를 잃어버리고, 중요한 뭔가를 잊어버린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며, 안 좋은 일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관성의 법칙이 있는지 그저 헛웃음이 난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는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보다면 어떨까?
잊어버리는 날 그림책을 펼치고 하루 종일 허둥지둥 깜박하는 엄마와 아이의 하루를 따라가볼까?
특별한 스케치 없이 쓱쓱 그려낸 것 같은 그림인데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감정이 정말 잘 드러나있다.
바쁠 때 로봇처럼 불안하게 움직이며 덥석덥석 잡고 덜그럭대면서 일하는 엄마의 모습도, 별로 관심이 없는데 끌려가는 아이의 얼굴도, 잃어버린 모자를 찾았을 때 아아의 행복한 얼굴도, 약속에 늦어서 버스가 좀 더 빨리 달렸으면 하고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나타는 몸짓도, 아이 친구랑 친구 아빠랑 함께 차를 하면서 느껴지는 어색한 몸짓도.... 그 상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듯 보여주는 그림이 이랄까.
하루 종일 허둥지둥 보내고 와서 맥이 딱 풀려서 소파에서 잠이 든 엄마와 집에서 좋아하는 블록을 쌓으면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과 대조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차가 지나가는 도시의 모습.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이 보듯이, 잃어버린 친구 선물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페이지 또한 이 책의 묘미 일듯.
'잊어버리는 날' 책을 자주 보면 볼수록 그림에서 더 많은 재미를 찾아내는 보물 상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 친구 생일에 참석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서둘러 선물을 고르려고 나갔지만, 옷을 놓고 와서 찾으러 가고 모자를 놓고 와서 찾으러 가고 이런 웃지 못할 우애 곡절 끝에 친구 집에 도착했건만. 친구 집 문 앞에서 알게 되었다. 버스에서 선물을 놓고 왔다는 것을. 이 무슨 황당한 일의 연속일까.
아끼는 모자를 잃어버린 후 쉬지 않고 달려서 놓고 왔던 가게로 돌아가 다시 찾았을 때 아이는 다른 것 또한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날은 그 다짐 또한 소용없는 날인 가보다.
친구 집 앞에서 선물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을 때 머리끝까지 난 화를 참느라 어깨가 바짝 올라간 엄마의 모습에. 끝까지 화를 안 낸 모습에 응원이라고 해 주고 싶었다.
그다음 반전에 빵 터지지만, 집에 돌아와서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이들을 보며 무사히 하루를 마친 것에 격하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살아가면서 분명 이런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잊어버리는 날의 엄마와 아이를 떠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