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골동양과자점 4 - 완결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재벌집 손자에다, 동경대 출신, 큰 키와 뛰어난 외모, 여러개의 외국어에 능통하고, 사법과 외무의 양대 고시를 가뿐히 패스한데다가 마작이나 꽃꽂이 같은 잡기에도 능한 사나이, 타치바나.  그러나 팔방미인인 그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어렀을 때 당한 유괴의 충격으로 하던 일이 잠시라도 꼬이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금새 포기해버려서 무엇하나 끝까지 제대로 해낸 게 없는 것!  무수한 실연 끝에 회사를 집어치우고 시작한게 케이크 집이다.  그것도 고교시절 자신을 연모했으나 잔인하게 거절해버린 동창 오노를 제빵사로 고용해서 말이다.  타치바나에게 거절당한뒤 "마성의 게이"로 거듭나 현재는 천재적인 제빵사로 입지를 굳힌 오노.  천재 복서였으나 눈을 다쳐 실명하느냐 권투를 그만두느냐 하는 고뇌 끝에 견습 제빵사로 들어온 칸다.  타치바나와 정반대로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는 것 밖에 없는 치카게를 웨이터로 삼아, 제과점 '앤티크' 는 매일 저녁 늦게 까지 손님을 맞는다. 

한적한 주택가에 늦은 저녁시간 까지 손님을 맞는 이유가, 결국은 강제로 빼앗긴 타치바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기 위했음이 였다는게 4 권에서 드러난다.  비록 자신의 유괴범을 잡지는 못하지만 다른 유괴 사건을 해결하는 타치바나.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 유괴 사건을 해결 했다해서 기억이 되돌아 오지도, 마음의 평화를 얻지도 못한다.   현실은 언제나 그러하다.  마음의 외상은 치유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픔이 약간 둔하게 느껴 질 뿐, 자신에게 벌어진 고통스런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다.  상처입은 영혼이 등장하는 또 다른 만화 "마르스"를 보면 여 주인공 키라가 '왜 사람들이 시간이 약이라는지 모르겠다' 라고 한다.  타치바나의 상처또한 그렇다.  시간이 흐른다고 과거가 재정립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과거를 거울 삼아 더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  그래서 타치바나는 오노에게 사과하는 것이고, 오노는 치카게를 포기하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는 어쩌면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과거에-고통의 기억에- 맞서는 것이다.  결과는 중요치 않다.  시지푸스의 신화처럼 맞서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숭고한 것이다.

쓰다보니 "서양골동양과점"이 무척 어두운 만화처럼 묘사되었는데, 천만에!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의 고통과 그 기억이라는 엄청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그러나 경박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오노의 '마성의 게이' 혹은 '제과업계의 왕따' 에피소드나, 치카게가 어떻게 아빠가 되었는가를 다룬 얘기, 왕가슴 여자 아나운서의 고민, 칸다의 폭주족 시절 애인들의 삐리리 이야기등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케이크와 함께 1권 부터 4 권까지 실종일관 폭소를 자아낸다.   마음의 상처를 입고 고통스런 분들은 "서양골동양과점"을 읽고 힘을 내시길.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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