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라 BASARA 27 - 완결
타무라 유미 지음, 이은주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전형적인 열혈소녀와 도처에 등장하는 그녀만을 사랑하고 돕는 남자들... 정말 신물 나도록 많이 보아온 도식이다. 그래도 바사라에 주저없이 별 5 개를 줄수 있는것은 작품 전체를관통하는, 민주주의에 있어서 사람 하나하나의 역활의 중요성과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사회안에서 정립하기 위해서 진실로 필요한 정체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찰하는 작가의 자세가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진지한 주제를 27 권동안이나 한번도 긴장감을 읽지 않은 데다가, 수십명이 넘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실감나게 그려내었고, 순정만화에서 드문 역동적 그림체로, 그야말로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최고의 만화 중 하나이다.  허락된다면 별 10 개라도 주겠다. 

마지막 타타라군과의 전투에서 슈리가 말하는 새로운 일본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비록 그 새로운 일본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야할 민중들은 사실 어리석어서 슈리같은 위대한 사람이 일깨워 주지 않으면 않된다는 역설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쯧쯧) 사라사/타타라라는 정체성의 위기는, 슈리/적왕이라는 정체성의 위기에 의해 극에 달하지만 또한 슈리/적왕에 의해서 그 위기를 극복한다. 아게하/귀접이나 아사기/창왕에서 드러난 정체성의 정립과 극복 또한 무리없이 전개되어 있다. 읽으면서 작가님이 나기의 캐릭터의 발전에 좀 더 신경을 써 줬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느꼈는데, 일본에서만 발매된 BASARA Special Box Set에 실린 번외편 SARADA에 수수께기였던 나기의 정체가 밝혀져 있었다.  나기는 6권에서 아사기가 슈리에게 얘기해줬던, 울금왕에의해 화살을 맞고 강에 버려져 사망한것으로 추정되었던 둘째 왕자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11권 말미의 번외편 "무대 뒤 이야기"를 보면, 아사기가 '아빠도 엄마도 같은 단 하나뿐인  형제가 있다'고 아게하에게 털어 놓는 장면에서, 나기가 아사기를 부르러 오니까 아사기가 "나기는 껄끄러워"라며 사실은 무척 즐거운 얼굴을 하고 나가는데, 국왕에 생사를 모르는 아들이 있다는 부분에서 나기를 등장시켜서 나기의 출생이 암시 되어있었다 (왜 이걸 예전에는 예사롭게 넘어 갔을까?).  뿐만 아니라 23 권의 번외편 "잠 못 드는 밤"에서도 사라사가 파초선생에게 나기를 어떻게 만났는지를 묻자, 파초선생은 나기가 상처를 입고 강물에 떠내려 왔다고 얘기함으로써, 나기의 출생 비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주고 있다. 

한국정식판에 불만이 있다면 일단 컬러 화보를 무지막지하게도 흑백으로 출판해서 그림 전체가 그냥 희뿌옇게 나오거나 아님 그냥 시커멓게 나와서 도데체 뭐가 뭔지 알수가 없게 되었다. 돈을 좀더 내더라도 제대로된 그림을 보고싶은건 나혼자만의 바람인가? 한때 바사라 애장판이 나온다는 말이 있어서 정말 기대 했었는데, 애장판으로 컬러 그림을 보고싶다는 나의 소망은 요원하기만 하다.  또 다른 불만이라면, 18금을 면하기 위해 맘대로 바꿔버린 번역인데, 조금이라도 성적인 표현을 번역가(출판사)가 맘대로 바꿔버린거 정말 싫다. 일본판 15권 읽어 보신 분이라면 무슨 말인지 아실듯...

좀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출판사가 자신들 생각에 노골적인 표현을 완화시킨 것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파라다이스 키스' 같은 만화를 보면 '피니시가 빨라서 미안'같은 대사도 버젓이 나오던데, 서울문화사 (바사라의 정식 한국어권 출판사) 가 너무 겁먹은게 아닌가 싶다. 만화/도서를 검열한다는 거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도데체 누가 누구의 잣대로 이건 읽어도 되고 저건 읽으면 않된다는 건가?), 현실적으로 심의위원회가 존재하고 있고 출판사는 거기 눈치를 봐야 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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