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헤드 10 - 완결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도입부의 터널안에서의 수학여행 열차사고의 아수라장이 주는 공포와 충격은 내가 접해본 책/영화/회화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에 든다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바로 조금전까지 살아 숨쉬며 웃고 까불던 다정한 친구들이 순식간에 시체의 산으로돌변하고, 간신히 찾아낸 다른 2명의 생존자들은 주인공 소년의'고독'의 공포는 어느 정도 해소해주지만 그들역시 폐쇄된 공간에서의 암흑과 침묵의 공포앞에서는 역부족이다. 소년은 밀실 (붕괴된 터널)을 나와서 열린 공간 (터널 밖 세상)으로 가지만, 그곳에서는 조직화된 야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 이다.

작가는 인간의 심리/감정중에서도 '공포'와 '호기심'을 처음 1권부터 10권까지 파헤치고 있다. '드래곤 헤드'를 읽으면서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이 떠 올린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닐것이다. '드래곤 헤드' 에서는 '파리 대왕'처럼 극한 상황속에서 인간의 사회성이 어떻해 파괴되고, 본능과 야만이 살아남는가의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공포를 묘사한다. 그런데 이 '공포' 는 알수없는 어떤 사건의 산물이기에 자연스럽게 '호기심 -알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소년과 소녀는 무엇이 이런 엄청난 대재앙을 불러왔는가하는 호기심에 동쪽으로 향한다. 그들이 무수한 고통과 험난한 장애를 이겨내고 끝끝내 토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이 생존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재앙의 원인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아니었을까?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의 호기심 여행에 동행하게 하나, 10권 끝까지 재앙의 원인을 알려 주지 않는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천재지변의 원인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우리의 히어로와 히로인은 그들의 생존에 동기를 부여해오던 '호기심'을 잃게 된다. 따라서 작가는 호기심을 대신할 다른 동기를 찾아내야하는데, 그러면 만화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될테고...

작가는 공포에 인간이 어떻해 대처 하는지를 보여준다. 공포에 시달리다 못해 공포 그 자체가 되기로 마음 먹는 소년, 공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따뜻한 동정심과 분별력을 유지하는 여선생님, 공포에 미쳐 살인광으로 돌변한 마을 사람들, 더 이상 공포를 느끼지 않기위해 뇌를 절제한 남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포에 부닥칠 수록 더 생존에의 욕구가 강해 져서 번식의 욕구가 늘어나게 될것 같은데 '드래곤 헤드' 에선 소녀를 강제로 범하려는 자위대 병사외에는 그러한 예가 없어서 약간 의아하기도 하다. 번식의 수단으로서의 강간은 비난 받아야 마땅할 일이라 작가가 다루지 않은지도 모르겠지만, 만화에 등장하는 살인, 방화도 도덕심의 붕괴라는 측면에선 막상막하 일텐데. 어쨌든 통제 불능의 재난속에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해 유지,변화, 또는 파괴되는가를 그린 뛰어난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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