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1 - 애장판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리니지'는꽤 재미있는 만화지만 큰 감동을 주는 만화는 아니다. 그 이유는 '아르미안의 네딸들' 이후로 보여지는 작가의 운명론/결정론적 세계관에 내가 동의 할수없기 때문이다. 지배자의 아들로 태어난 것만으로 자신도 지배자가 될 운명을 진 데포르쥬 왕자는, 예언을 통해서 미래의 여왕으로 결정되어졌기 때문에 여왕이 될수 밖에 없는 샤르휘나의 변용이다. 또한 빼어난 실력을 지녔음에도 농노의 자식이라는 신분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열등감을 독재와 폭력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반왕 켄 라우헬은, 역시 빼어난 실력을 지녔으나 예언에서 여왕으로 결정 받지 못하여 결국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레마누와 아주 흡사하다. A4는 내 초등 6년 시절인가에 처음 연재가 시작됬던거 같은데, 근 20 년에 가깝도록 바뀌지 않는 신일숙님의 운명론적 세계관. 너무나도 운명론/결정론적이기에 일숙님의 작품들은 현대물이 아닌 시대물에서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켄 라우헬이나 케레니스 같이 운명에 거역하는 캐릭터이다. 그들에게 운명이란 자신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단지 사회가 그들에게 따르도록 강요하는 억지에 불가하다. 발생가능한 모든 일들이 이미 다 결정되어져 있다면 인간의 노력이나 의지가 다 무슨 소용인가!! 아아 슬프게도 운명에 도전하는 이런 등장 인물들은 운명에 도전한 댓가로 죽음을 맞는다. 데포르쥬쪽 기사들중 그나마 운명론에 맞서는 인물은 이실로테 정도랄까.

그녀는 안락한 왕녀의 삶을 버리고 남자에게 보호받지 않는 - 오히려 남자를 스스로 보호하는 - 강한 여성이 되지만, 작가는 '인나드릴의 여자들은 항상 사랑받는다. 이것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라는 운명적 공식을 내세움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실로테가 스스로의 능력과 마음으로 왕자의 사랑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나드릴의 여자니까 이래도 저래도 끝내는 왕자로 부터 사랑받을수 밖에 없었던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케레니스가 죽을때 눈물을 흘린 사람은 아마도 나밖에 없었을 듯 싶다. 케레니스는 순정만화 공식에 따르자면 천하의 요부/악녀이지만, 내 생각엔 '리니지'에 등장하는 다른 여성 캐릭터들 -오웬, 이실로테, 가드리아-를 다 합친것 곱하기 100 배 보다도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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