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의 크리스마스 1
카마타 토시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리드북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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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소설을 다른 소설에 비해 많이 읽는 편이긴 하지만 익숙한 작가의 글들만 읽다가 이 책을 뽑아든 건,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싱글즈' 가 이 소설에서 출발했다 하길래 궁금함에 읽어보았다. 같은 내용이면 영화보다는 소설이 더 낫다는 개인적인 믿음에서. 영화 시놉시스를 보니 반쯤 다른 것 같긴 하지만.

허물없는 노리코와 아야, 그리고 역시 그녀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남자 켄. 친구들 셋이 모여서(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지만)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해소하는 것은 TV드라마에서도 많이 봐왔던 것 같다.(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TV드라마로 방영되고 책으로 나왔다고 하니 더욱 그래보인다) 29살(왠지 위기가 느껴지는 나이다) 생일에 직장에서는 좌천되고 남자친구에게는 뻥 차이고마는 여자 노리코와 아주 활동적인 직업을 가졌지만 성격만큼은 우유부단하고 여성스러운 아야. 현실이 이상을 따라가지 못해 늘 작아지는 남자 켄. 서로에게 좋은 친구들이다.

문화적 차이인지 개인적 차이인지 나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점들도 있었지만 술렁술렁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야가 너무 답답했다. 그렇게 하므로써 자기를 처음으로 사랑하게 되었다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그녀의 결정에 어리둥절했다. 마지막까지 가기 전까지는 괜찮은 남자로 보이던 켄이 나중에는 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졸지에 내눈에는 나쁜남자가 되어버렸다. 아야의 마지막 남자가 될 뻔했던 켄이 떠나고, 노리코의 카사가 미국으로 가고... 29살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그녀들. 조금은 쓸쓸하고 희망찬 이야기. 내가 조금만 더 나이를 먹으면 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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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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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를 보니 대강의 내용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무표정한 여자에게 업혀있는 웃고 있는 세 남자, 그 여자의 남편과 아들들이겠지. 무능력한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돈을 버는 아내 이야기인걸까? 아니야, 그런 내용이라면 동화가 되긴 힘들겠는걸. 짧게 생각하고 책을 읽었다.

'아주 중요한' 학교와 직장에 다니는 이 집의 세 남자들은 언급되어있진 않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 직장에 다니는 그들의 아내이자 엄마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식사를 준비하고 세탁을 해야하며 설겆이를 해 놓은 뒤 출근하고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요구하기만 하는 식구들과...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무표정하거나 주로 뒷모습이 많이 있는 것으로도 그녀가 어떤 심정인지 이해할 수 있다.

참다못한 엄마는 '너희들은 돼지야' 라고 써 놓은 뒤 집을 나가버리고 엄마가 수행했던 많은 일들은 고스란히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된다. 밥은 챙겨먹지만 설겆이는 잔뜩 쌓여있고 옷도 지저분하고... 엄마의 부재에 불편함이 증폭될 때 엄마는 다시 나타나고 다른 가족들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그 후에는 다른 가족들도 사소한 것이나마 돕기 시작했음은 물론이고 그럼으로 이 책에서 처음으로 엄마가 행복하게 웃으면서 마무리된다.

지금 많은 어머니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꿈의 성취를 위해, 혹은 수입의 증대를 위해 남편과 마찬가지로 밖에서 일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전업주부들과 마찬가지의 일을 수행해 내야하는 현실에 쌓여있지 않은가.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의 자리를 요구할테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의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도 슈퍼우먼이 될 수는 없는 일인데.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리는 엄마의 일을 아이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엄마가 차 수리를 하는 장면에서는 '이건 여자가 하는일, 저건 남자가 하는 일' 이라 흔히 생각하기 쉬운 성역할의 분담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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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울 땐 별님에게 물어봐! 17
아베 미유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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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울 땐 별님에게 물어봐>조금 웃긴 제목이다. 예전에 코미디 프로에서 이경규가 '별~들에게 물어봐!' 했던게 생각나기도 하고... -_-; 대충 표지에서 느낄 수 있듯 야오이다. 확실히 야오이다! 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그래서 보는데 거부감은 없었던 것 같다.

동성물에서 수(受)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타카라와 공(攻)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키요미네 두 사람이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티격태격하다가 나중에는 여전히 가끔 싸우기는 하지만 이해하게되고, 서로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내용이다. 많은 부분에서 작가가 사랑과 우정을 줄타기 시키고 있단 생각이 들었고,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괜히 열을 내며 '그냥 둘이 사귀는 걸로 해라!'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동성애 묘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우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에 이 경우는 사랑이 아닐까 싶어서. (음;;)

귀여운 타카라와 멋진 키요미네, 그리고 주변 인물들 설정도 깔끔하고 재미있다. 바램이 있다면 너무 질질 끌지 말기를. 갈수록 조금 늘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보고있긴 하지만 만화가가 상큼하게 끝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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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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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지부터 눈에 띈다. 학사모에 검정까운을 입고 아이에게 마수의 손길같은 두 손을 뻗치고 있는 선생님과 그 앞에 붉은 얼굴의 작아보이기만하는 아이.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존은 늘 지각한다. 그것도 선생님이 물었을 때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하지만 그 이유들은 사실이었고, 선생님이 지각한 이유를 물었을 때 존이 사실대로 이야기 할 때마다 선생님께 거짓말 한다는 이유로 혼나곤 했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직접 존이 겪은 황당한 일들을 당하고 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존은 상큼하게 씹어버리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 끝부분을 읽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오잉...?' 그리고 3초 후에 '으하하~' 하고 웃었다.

나는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아 아이들이 어떤 말과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이것저것 공상을 즐겨해서 가끔은 실제상황으로 착각하고는 엄마에게 말하곤 했던 것 같다. 그때마다 말도 안되는 소리한다고 혼나기도 했을테고 무시당하기도 했을꺼다. 속상했었겠지..? 하지만 나는 이제 어른이고 아마도 존의 선생님처럼 지각사유로 저런 만화같은 일들을 제시한다면 황당해하며 화를 냈을 것이다.

결국 나도 이젠 어린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이의 '눈높이' 에서 바라봐야 하는건데 내 식대로 끼워맞추느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약간의 반성도 생겼다. 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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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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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저학년 서적이 그렇듯 어른이 읽으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 감동은 투자한 5분의 시간에 수백배를 곱해서 전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강아지똥. 개똥보다는 조금이나마 어감이 예쁘게 보이려고 채택한 제목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제목을 듣자마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는 속담이 생각났다. 버려진 강아지똥 이었지만, 민들레에겐 꽃을 피울 수 있는 거름으로 훌륭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고 아이들도 작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히 생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하지만 읽고 나서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은 내용을 다시 곱씹어보며 미물하나도 소중히 생각할 줄 알게된다면 큰 수확인 것 같다. 일단 나부터도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버리곤 하던 것 까지도 이젠 버릴때 신중하게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으니... 강아지똥OST 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 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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